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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에 들다 - 몽골여행기자연의 품에 들다 -몽골여행기

1. 프롤로그

 삶은 여행이다.

  목적지 도착을 위한 지루한 여정이 아니고, 그날그날 현장에서 맛보는 생생한 경험이 진짜 다. 과정이 삶인 것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언젠가는 돌아갈 날이 닥치기 전에, 온전히 기쁘게 삶을 누려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기에 바쁘다. 지금 여기를 살필 겨를이 없다.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고, 일정을 예상할 수도 없는 삶을 추스르기 위해, 짧은 여행을 한다. 자주 떠나고 싶지만, 여건이 쉽지는 않다. 이번 여행도 1년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갑작스런 사고와 질병으로 못가는 사람이 생겼다. 삶은 느닷없다.
 
  몽골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빼어난 경치나 이름난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아마, 자연의 품에서 실컷, 만족을 얻기 때문이리라. 처음 갔을 때는 열흘 남짓, 서쪽을 돌아봤었다. 흡스골과 차강노르 주변에서 무지개와 야생화를 실컷 보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좀 더 기간을 늘려, 남쪽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여행했다. 숙소환경이 훨씬 좋아진 것이 느껴졌다. 씻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전보다 청결해져 있었다. 마지막 일정을 테렐지에서 마무리했는데, 바위로 둘러싸인 멧기슭 캠프에서 모든 피로가 확 풀렸다. 노루가 와서 같이 지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음 세 번째 몽골여행을 계획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타이가 숲도 보고, 바이칼호수까지 가보자고 했다.

  워낙 넓은 사막지대라서 이동시간이 길었다. 하루 종일 달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염소와 양, 말떼들이 신호등이었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다보면 길 위의 시간은 늘어만 갔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길이 이사를 가버려서, 돌아서기도 했다. 보이지 않을 때는 달리는 곳이, 곧 길이 되었다.

  구릉지처럼 낮은 산들은 대부분 민둥하고, 사방이 거친 황야다. 우리나라에서 나무를 심어 놓은 곳을 두 번 만났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배배 꼬여있었다. 그럼에도 고비의 척박한 땅에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잘한 풀꽃들이,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피어 있었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어떤 상황이든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
 
  낙타가 모여 있는 곳에서는 차를 세웠다. 우물 옆이어서, 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물을 퍼 올리자, 낙타들이 달려왔다. 서로 번갈아가며 한참동안 두레박질을 했지만, 여남은 마리 이상 목을 축여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입을 부르르 떨며 맛있게 마신다. 사막에서 물은 모두의 것이다.

  몽골이 부러운 것, 딱 두 가지가 있다.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것, 그리고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다. 유목민들은 게르를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서 짓는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여름 집을 가지고 있다. 서너 달은 더위를 피해서 쉬면서 지낸다. 그 주변의 자작나무 숲에서 말굽버섯을 만났다. 주먹만 한 것부터 한 뼘이 넘는 것까지 자작나무에 붙어 함께 자라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과 더부살이를 한다. 그런데 물질문명의 발달로 몸은 편해지고 풍요를 누리지만, 영혼은 오히려 남루해졌다. 자연으로부터 멀리 갔으므로.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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