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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77. 매화
사진: 나인권

  삼월이 오면 저절로 떠오르는 꽃이 있다. 그 흰 꽃은 눈부시지 않다. 좀 누르스름하고 흐릿하다. 마치 어머니가 두르시던 광목 앞치마 같다. 그저 봄볕에 어울린다. 아지랑이같이 살며시 피면 어, 정말 봄이 왔네, 한다. 그래서 음력 이월을 '매화를 보는 달'이라 부르나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광양 매화마을에 사람들은 많았다. 갇혀 지내며 답답했던 마음을 매화향으로 달래고 싶었던 거다. 옛 선비들이 단아한 매화나무를 좋아한 이유도, 추운 날씨에 굳은 기개로 피어 은은하게 배어 나는 향기 때문이었다.

  매화는 꽃을 강조한 이름이다.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라 하겠지. 다른 나무보다 빨리,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그래서 꽃의 우두머리라고도 한다. 추위가 덜 가신 즈음에 꽃이 피므로,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으로 아낌을 받아왔다.

  그런데 봄이 주춤거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이 정지되었다.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걱정이 지나치면 중심을 잃고 무분별한 행동이 나온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334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쯤 되면 길에 나가면 안 되고, 운전도 하면 안 되는 거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이 보다 많이 적은데 이게 뭔가. 마스크는 감기 기운이 있거나 사람을 만날 때, 남을 위해 쓰는 거다. 그리고 대중이 모이는 곳은 더욱 주의하면 된다.

  물론 바이러스나 세균의 박멸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아직 사스나 메르스가 남아있고, 홍역과 결핵 등은 백신이 개발되었는데도, 조금씩 나타난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낮췄다는 게 중요하다. 무좀곰팡이랑 같이 사는 것처럼, 바이러스와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질병이라기보다 그냥 삶이다. 코로나19도 적당히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바이러스가 살아서 움직이는 놈이 아니니,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이길 수 있다.

  그동안 치명적인 호흡기감염 바이러스, 사스 2003년, 신종 플루 2009년, 메르스 2015년, 코로나19가 2019년이다. 다음번은 언제가 될까,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가능성을 예측하여 준비해야 한다. 벌써 몇 번째 겪는 일인데, 어디서 왔을까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상당 부분 알아가고 있다.

  박쥐가 인간에게 일부러 바이러스를 배달했을까. 아니다, 우리가 잘못 건드렸다. 박쥐가 사는 동굴 앞까지 길을 내고 들쑤시니까 벌어진 일이다. 야생동물을 함부로 잡아먹으면 기생물도 들러붙는다. 미물이 이렇게 무서운 일을 벌인다는 걸 배웠으니,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게 필요하다.

  자연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꽃을 피우는 식물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신 꿀을 받는 곤충의 공생관계다. 사람들은 큰 놈들이 삶의 현장인 줄 알고, 그것만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 세상은 손잡은 것들이 이기고 살아남는다. 차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함께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니까.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절망의 바이러스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로 이해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머리에서 심장까지의 거리라는데, 우리는 그 거리가 무척 짧은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함께 이뤄낸 기적을 보라.

  매화나무 곁에는 꿀벌, 성채로 겨울을 난 네발나비, 곤충들이 와있다. 잿빛 세상에 봄이라고 소리치는 매화를 보니, 희망의 백신을 맞은듯하다. 선한 합력으로 우리는 반드시 이겨 낼 거야.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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