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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86. 세잎꿩의비름
사진 : 나인권

  오랜만에 모임을 다시 시작했어요. 제발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에요. 여름에 잠깐 재계했다가 또 중단했던 것을 제외하면, 근 열 달 만에 만났어요. 간단히 김밥을 먹기로 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압력솥 추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먼저 온 분들이 부산을 떠네요. 톳밥을 지었데요. 양념장과 김치가 차려진 식탁에 빙 둘러앉았습니다.

  어머, 민들레와 아카시아꽃 장아찌도 있네요.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까요. 브레인푸드래요. 오랫동안 햇볕과 바람에 친 재료를 진득하게 삭인 것이니, 뇌가 원하는 음식이고, 정서에도 좋다고요. 맏나물보다 감칠맛이 나요. 쌀보다 톳이 더 많이 들어간 밥을 양념장에 쓱쓱 비벼 볼이 미어지게 먹습니다. 식사하고 오셨다는 교수님도 수저를 들었지요.

  먹고 치우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매번 시간을 아끼자고 하면서도, 누군가 뭘 챙겨오곤 해서 번번이 수업 시작이 늦어집니다. 그래도 함께 먹는 즐거움이 어디냐고,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한쪽에서 궁시렁대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려요.

  식탁 옆의 화분에 자꾸 눈이 갑니다. 분홍 꽃을 몽글몽글 소담스럽게 피웠어요. 자주 보지 못한 꽃이라서, 이름을 찾아보니 세잎꿩의비름이네요. 어쩌면 세잎돌나물인지도 모르겠어요. 의견이 분분해요. 산의 바위틈이나 풀밭에서 자란다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키웠냐고 물으니, 밖에 내박쳐 뒀는데 저 혼자 꽃을 피워서 들여놓았답니다.

  오늘 공부는 '삶은 ㅇㅇ이다'를 이야기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여지껏 살아왔는데도 둔전거려 지고 마음이 허든댑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정답이 없어요. 하고 싶은 데로 사는 게 장땡이다, 그러기엔 우리는 이미 많은 인연을 맺고 있잖아요.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일까요. 젠체하는 사람들도 결국 죽게 되니까요. 최근 삼성의 이건희도 마초 숀코넬리도 죽었다는 뉴스를 접했잖아요.

  둘러앉은 우리 나이도 육십 세 내외입니다. 환갑 즈음이니, 육십갑자를 산 죽음 앞의 존재들입니다. 갑자기 몸이 아파서 못 나온 분도 있고, 치매 증상이 있어 검사 중인 분도 있는걸요. 젊은이들은 꿈과 목적을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타자와 흔연히 어울리는 것을 최고 황금률로 여기자고, 중용을 꼽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김치와 장처럼 스스로 곰삭아야, 실다워진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리고 몸을 잘 간수하자고요.

  자칫 육체를 홀대하고 정신을 우대하지만, 사실 육체를 통하지 않고는 정신이 있을 수 없는 게지요. 눈을 통해서야만 요즘처럼 찬란한 단풍도 마음속으로 들어와 감동을 자아내잖아요. 신간이 편해야 정신이 열리는 것처럼, 심리와 생리는 통합니다. 코로나만 보더라도, 나를 보전하는 것이 세계를 살리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마음을 살핍니다.

  바로 행복하냐는 것이지요. 우리는 어떤 조건이 이뤄지면, 행복이 올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모자라도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 아니지요?.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서 5단계인 자아실현에서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1단계에서도 가능해야 합니다. 감정은 판단에서 나옵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거죠.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행복하다고 여기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자발적 의식이 확장되어 부자가 되지요. 그러면 이웃을 향해 미소 지어져서, 더불어 삶이 이루어지는 게지요.

  세잎꿩의비름의 꽃말은 생명이군요. 돌려난 세 잎이 함께 어우러져 어떤 환경에서든 저렇게 꽃을 피운 것처럼, 주어진 삶의 무늬를 잘 짜나가다 보면, 단풍처럼 찬란한 마무리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지 않겠어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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