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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91. 머위꽃

 

사진: 나인권

가슴속으로 선뜻, 봄이 들어서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고 있다. 봄바람 들고, 봄바람 나고 싶은데. 여전히 찬바람만 휑하니 시리다. 마스크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애꿎은 탓을 해본들 무슨 소용인가. 온 땅이 들썩들썩, 나무마다 움찔움찔, 봄이라고 소리치는데, 어쩌나. 

  거기다, 전신 근육통과 피로감을 이겨낼 수가 없다. 코로나19 대응요원으로 먼저 예방접종을 한 탓이다. 밤새 몸이 쑤셔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병가를 냈다. 접종할 때 받은 해열진통제를 먹고 아침나절에 한숨 잤더니, 좀 나아진 듯하다. 봄볕에 나가보면, 기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되려나, 오후에 남편이 광활 행사에 간다고 하길래, 따라나섰다.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에, 나는 광활 동산에 올라갔다. 초등학교 옆에 조성한 아담한 언덕인데, 데워진 정자의 마루바닥에 볕과 같이 누워보았다. 느른한 몸이 개운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둘러보니 목련이 서너 그루 있는데, 모두 뽀얀 꽃봉오리를 열고 있다. 두꺼운 털옷으로 겨울눈을 감싸서 추위를 견디더니, 이제 방한복을 벗었구나. 면사무소 뜰의 수선화도 눈비늘을 벗고 노랗게 피어 주변을 환하게 한다. 된바람 맞으면 탈이 날까 봐 솜옷을 입고 나왔는데, 나만 딴 세상 사람 같구나.

   들판을 돌아보니 냉해를 입어 걱정이 많았던 감자가 모두 일어서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삐져나올 정도로 짱짱해진 모습을 보니, 다시 살아났구나, 마음이 놓인다. 또 새파래진 보리밭이 씩씩한 기운을 내뿜는다. 움츠렸던 생명마다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래도 백신을 맞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곧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계획되어 있는데, 큰 탈 없이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동료 중에는 백신을 맞고 고열로 힘들었던 사람이 하나 있었지만, 모두 잘 넘겼다. 천식이 있는 나도 부작용이 걱정되었지만,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맞아야지, 용기를 내었다. 이상 반응이 염려되어 망설이는 분들이 계신 데, 지체할 수 없는 일이다. 집단면역이 많아져야 확산을 멈출 수 있다.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약독화시킨 균이 몸 안으로 들어왔으니, 면역세포들이 균과 싸우느라 열도 나고 몸살도 하는 게지. 항체를 만드느라 애쓰고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잘 먹고 응원해줘야겠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 머위잎을 뜯었다. 해마다 있던 자리인 마을회관 뒤꼍에, 제법 올라와 있었다. 얼른 먹고 싶어 맨손으로 덤볐더니 손끝에 검은 물이 들었다. 염료로 쓰였다니 맞는 말이구나. 여린 순은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딱 지금, 봄이 시작되는 무렵에만 무침으로 먹을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륨이 잔뜩 들어있으니 봄철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 그늘진 곳이나 척박한 곳에서도 무리 없이 잘 자란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온몸으로 버티다가, 봄이 오면 급하게 서둘러 자라는 머위가 반갑다. 

  데친 머위잎을 된장과 고추장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서 한입 먹어보니. 씁스름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더 자란 잎은 장아찌를 담그거나 쌈을 싸 먹어도 좋고, 머윗대로는 나물을 해 먹고, 뿌리는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신다. 그야말로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걸쭉하고 고소한 머위탕 생각에 입맛이 다셔진다.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에 무더기로 자라곤 했지. 꾀가 약은 서운댁은 축축한 도랑 옆에 몇 뿌리 심어 두었더니 잘 뻗었다며, 봄마다 입맛을 깨워 주는 효자라고 하신다. 

  기어이 봄은 온다, 아니 왔다. 어영부영 놓치지 말고, 머위 꽃말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봄을 맛보고 누리자. 머위잎을 뜯으면서, 꽃대가 올라오는 것들을 눈여겨봐 뒀다. 손 타기 전에 얼른 베어다가, 옆집 성하고 같이 튀겨 먹어야겠다. 먹어버렸는데, 지가 안 들어오고 배겨?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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