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면과 진봉면 경계에 있는 거전마을.

거전갑문을 지나면 화려함보다는 시골 구멍가게의 모습을 간직한 새만금횟집안에서 꼬막을 손질하고 있는 두 부부의 웃음소리가 울려나오고 있다.

"가게 이름은 새만금횟집이지만 파는것은 꼬막국수와 꼬막회 뿐이죠"라며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한영수(61)씨와 이점숙(51)씨 부부.

이제 환갑을 맞이한 한씨의 머리엔 그의 인생처럼 흰머리가 머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고, 그의 아내는 상냥한 미소를 간직하며 한씨와 함께 이 식당을 이끌고 있는 숨은 내조자다.

"힘들죠, 나이가 있는데, 하지만 저의 아내와 매일 인생이야기를 해가며 같이 있는 시간이 힘든걸 잊게 하죠"라며 부인의 손을 꼭 잡는 한영수씨.

한씨가 처음부터 꼬막국수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익산이 고향인 한씨는 20여년 전만 해도 익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그저 바다가 좋아서 찾아왔고, 바다에 직접 나가 꼬막을 캐어 파는 등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으며 한때 횟집을 경영하기도 했다.

약 5년간 횟집을 경영하던 한씨가 '꼬막국수'로 유명세를 탄건 우연한 기회였다.

심포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꼬막'이기에 어느날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한씨는 라면에 꼬막을 넣어 손님에게 제공했고, 손님은 꼬막을 넣어 끓인 라면맛을 못잊어 한씨에게 "라면대신 국수에 꼬막을 넣으면 훨씬 담백하고 시원한 국수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한씨는 바다에서 직접 캔 꼬막을 이용해 꼬막국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한 번 맛본 손님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와 지금의 '꼬막국수'가 된 것이다.

한씨에게는 특별한 경영노하우가 있다.

손님들에게 꼭 "맛있나요"라고 묻는 것과 "30인이상 단체손님 사절"이다.

"국수지만 손님들의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손님에게는 오히려 미안해 돈을 받을 수 없는 법이죠. 그리고 단체손님을 받으면 돈은 벌겠죠. 하지만 많은 손님을 받기에는 아내와 내가 힘이 부치고, 개인손님들한테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을 뒀죠, 물론 주차장도 없지만요"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렇게 해 온 장사가 지금까지 15년.

요즘 한씨의 시간은 별로 없다.

'꼬막국수'로 소문이 나자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점심시간을 위해 한씨부부는 오후부터 밤까지 꼬막을 씻고, 까고, 아침에는 조그만 텃밭에서 무공해로 재배해온 대파와 상추, 마늘을 가져와 반찬 만들고...

이러다 보니 가끔 손잡과 나가던 바다도 이젠 뜸해졌다.

"종업원요. 사람을 쓰면 편하겠죠. 하지만 저희 부부가 지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큰 문제가 없어 괜찮아요, 하지만 아내의 거친 손과 바쁘게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라며 애써 미안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한씨는 요즘 고민과 설레임에 빠졌다.

새만금사업이 완공되면 심포앞 바다는 사라질꺼고, 심포꼬막은 이젠 더 이상 잡을 수 없어 '꼬막국수'가게도 문을 닫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달부터 새롭게 '꼬막쌀국수'를 판매하기로 계획한 일이다.

"우리시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쌀과 꼬막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면 쌀 소비도 적게나마 늘어날거고,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하지만 새만금사업이 끝나면 장사는 그만해야죠"라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장사가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면서 돈에 대한 욕심을 부릴만도 하건만 한씨부부에게는 돈보다는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음에 또 찾아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손님들의 인사말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세상은 돈으로 살 수 없는게 있죠, 바로 인정과 따뜻한 마음이랍니다"라고 말하는 한씨의 주름진 얼굴과 부인의 거친 손에서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가득차 보였다.


※꼬막은 연체동물 부족류 돌조갯과의 한 종이다. 껍데기에는 부챗살 모양의 방사륵(放射肋)이 있음. 모래 진흙 속에 살며, 맛이 좋아 요리에 많이 씀. 고막. 살조개. 안다미조개라고 한다. 살짝 익혀서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 전라도 지방의 향토음식이며, 심포에서 가장 많이 체취된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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