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으레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포장마차.

매콤 달콤한 떡볶이와 즉석에서 말아 내놓은 김밥, 그리고 담백하고 따끈한 어묵을 양념장에 찍어 먹고 덤으로 어묵국물을 호호 불면 먹으면 퇴근시간 무렵 출출함을 떼울 수 있는 안성마춤 겨울 먹거리다.

시립도서관 도퉁이를 돌아 대한 생명 후문에 아담하게 자리한 박성연(49·요촌동)아주머니의 포장마차는 겉모습이나 내놓은 메뉴로 보아도 여느 포장마차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박씨의 포장마차를 들어서는 순간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그것은 바로 그림들이다.

"여고땐 웬만한 그림대회에 나가 제법 상도 많이 탓다"며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그림이냐고 하겠지만 단지 그림이 좋아 그림을 시작했고, 하나뿐인 우리 아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란다.

또 박씨의 그림들은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조용필, 채시라, 이미연, 장나라, 고소용, 안재모 등 유명연예인에서부터 박찬호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16절지 도화지에 그린 그림들은 포장마차 뒷면을 도배하다 시피 했다.

지나가는 소리로 떡볶이 파는 것보다 사람들이게 초상화를 그리는 게 오히려 이득이지 않느냐는 말에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에 초상화만 1000장을 그린 뒤에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다고.

누구라도 알만한 인물들의 초상화 1000장이 모여지면 꼭 전시회를 열고 싶은데 사람들이 관심 가져할까요? 라고 박아주머니는 반문하며 자신의 작고 소박한 소망을 말한다.

"지금까지 260여장의 그림을 4년 넘게 그렸는데 이제 앞으로 우리 아들 대학에 들어가지 전까지 4년정도 그리면 얼추 1000여장의 초상화가 완성될 듯 싶고, 그때까지만 포장마차를 병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호떡을 굽다가도 손님이 없는 틈틈이 도화지를 꺼내놓고 스케치를 한다. 그리고, 장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다음날 장사준비를 마치고 10시 이후부턴 그냥 그림 그리는데 푹 빠져 새벽 2∼3시를 넘기기 일쑤다.

박씨의 포장의 특별함 두 번째는 아주머니가 내놓은 모든 메뉴에는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서인지 그 맛이 단백하고 깔끔하다.

박씨는 "남의 아들도 먹고 또 우리 아들도 먹는데 몸에 이로운 자연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지금껏 철칙으로 삼고 포장마차를 꾸려간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박씨의 포장마차에는 제법 단골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송순영  ssy@gjt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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