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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본정통거리를 지킨 임병호 할아버지"사람에 치이던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차들이 대신허네"
8평 남짓한 조그만 가게.

불빛이라곤 백열등 하나와 먼지에 덮힌 낡은 전화기 한대.

쇠가 녹슬어 나는 냄새가 조그만 가게를 뒤덮고, 낡은 의자에 홀로 외롭게 앉아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세상소식에 지난 간 세월을 그리워하듯 묵묵히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임병호(75·요촌동)할아버지.

가게 간판도 없이 밖에 내 놓은 녹슨 모타와 '분무기 판매'가 임할아버지의 가게를 말해주고 있다.

임할아버지는 벌써 30여년째 이곳에서 모타를 수리하고 계신다.

청하면 장산리가 고향인 임할아버지는 모타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청년시절 어깨너머로 배운 모타수리를 자신의 주업으로 삼고 할머니와 함께 아들 셋을 키워왔다.

"요즘 모타수리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농사철이나 되면 모를까"라며 임할아버지는 옛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예전 이 거리는 장날만 되면 사람들로 치여 다니지 못할 정도였지, 그때는 모타수리하느라고 정신 없었지"라며 "지금은 단골아니면 오질 않아, 그것도 겨울이면 손님보다는 늙은이들이 이야기하느라고 찾곤 하지"라고 말했다.

이야기 상대로 임할아버지를 찾는 이유가 또 있다. 5년전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고 가게 문은 항시도 닫은 적이 없어 언제가든지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서 일을 못한게 단골도 끊어지도만. 어쩔 수 없지 뭐 이제 찾아오는 손님도 없지만 오히려 남은 여생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이런저런 다른 사람들의 말벗이 되주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라는 임할아버지는 자신의 동배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조차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담배하고 술을 안하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는게 오히려 싫어. 자식들한테 용돈타서 담배사고 술마시고, 어휴 노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여기라도 와서 앉아 있으면 내가 아직 젊다는 생각이 들거든"

임할아버지의 가게는 모타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30여년전에 만든 모타에서 나온 부품들이 발길이 닿을때마다 부딪치고, 이젠 어디에 무슨 부품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널려있다.

그래도 할아버지 나름대로 쓸만한 부품끼리 정리정돈해놓은 모습과 한 번 사용한 부품을 언제 다시 사용할 지 몰라 모아두고 있는 모습이 가게선반에서 보인다.

이러한 임할아버지의 모타수리기술은 수준급이어서인지 할아버지에게 수리를 맡기기 위해 면에서도 할아버지 가게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전기와 수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해하기 힘든 모타지만 테스터기와 펜치, 그리고 플라이어를 가진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으면 작동하지 않던 모타도 돌기 시작한다.

"30여년간 수리를 하는 동안 경험때문이지, 요즘 나오는 용어는 몰라 하지만 모타가 작동하게 하면 되는거 아녀, 사실 옛날이 그리워 이래저래 일이 없어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시끄러워야 사람사는 것이지"

임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단순히 모타만을 수리하고 계신것은 아니다. 바로 김제의 어제와 오늘을 보고 있으면서 지나온 세월만큼 다시 김제가 사람들로 길이 메워질정도를 그리워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젠 늙은이가 뭔 소원이 있어, 그저 자식들 다 잘 되길 바랄 뿐이지. 사람들끼리 정을 주고 살았으면 하는게 바램이지"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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