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말글의 세계화를 위해”


-한글 발음원리 중심으로 변경, ‘Kimje’ 아닌 ‘Gimje’-


국립한글연구원은 지난 7월19일 로마자 표기용례 사전의 최종본을 발표함으로 지난 5년간 계속되어 온 로마자표기법 개정작업의 종지부를 찍었다. 1984년 1월13일 종전의 로마자표기법이 고시된 지 16년만에 새로마자표기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영어표기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반달표(˘)와 어깻점(´)으로 대변되던 기존의 로마자표기법은 컴퓨터 입력이 어려워 정보화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과 표기법 자체가 너무 어려워 일반인들이 이를 제대로 지켜나가지 못한다는 점 등에서 개정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새로마자표기법의 골자는 한글 발음원리에 보다 충실해졌다는 점이다.

‘킴제(Kimje)’, ‘축산묜(Chuksan-myon)’ 등의 정체불명의 지명이 ‘김제(Gimje)’, ‘죽산면(Juksan-myeon)의 제이름을 찾게 되었다.


새 표기법에 따른 도로표지판 및 문화재안내판 등은 오는 2005년 12월말까지 모두 개정되며 기존 교과서 등 출판물은 2002년 2월말까지 바뀌게 된다.


종전의 로마자 표기법은 반달표(˘)와 어깻점(‘) 때문에 컴퓨터에서 사용하기가 불편해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도로표지판 등에서만 사용되었을 뿐 인명, 회사명에서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조차 종전 표기법의 혼동을 일으킬 만큼 너무 어려운 기준으로 인해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 방식대로 표기하는 등 로마자 표기의 혼란이 극심했다.


이런 혼란을 막고 누구나 지키고 따를 수 있는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자는 데서 이번 개정작업이 시작되었다.


새로 바뀐 로마자표기법은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했다.

우리 글을 영문자로 옮긴 것인 만큼 외국인들에게 ‘jeju’라고 쓰고 ‘제주’라고 읽게 해야지, ‘ㅈ’의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토록 친절하게 ‘cheju’라고 쓸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거부감을 주던 반달표(˘)와 어깻점(‘)등의 특수부호를 없애고 모음 앞의 자음 ㄱ ㄷ ㅂ ㅈ을 g d b j로, 모음 가운데 어와 으를 각기 eo와 eu로 표기토록 하는 등 국어의 표준발음법에 충실한 표기법이 되도록 했다는 점도 주요한 변화의 하나이다.


다만 성씨같은 경우는 “Kim”, “Lee” 등 관습적으로 너무 정형화 돼 이번 표기법으로 통일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아 별도의 성씨 표준안이 만들어질때까지 종전의 표기를 그대로 사용키로 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시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게 될 편리는 일단 누구나 따를 수 있는 표기법이므로 지명뿐 아니라 인명, 회사명 등이 표기법에 따라 규칙적으로 표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지명 인명 회사명에 대한 영문표기를 예측가능하게 해 인터넷 정보검색 등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떠오른다.


이번 새로마자표기법의 도입으로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지지만 그렇다고 우려의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새 로마자표기법 역시 한국어를 완전히 표현해냈다고 볼 수는 없으며 과연 정확한 표기법인지 의문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듯, 한 단어에서 대문자를 두번 이상 쓰는 것이 더 정확하다거나 ‘ㅏ’를 ‘ah’로 혹은 ‘ㅓ’를 ‘ur’로 하자는 의견도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리고 이번 새 로마자표기법 개정으로 도로표지판을 바꾸는데만 1천7백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들고, 새 표기법이 정착하기까지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오히려 혼동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에 대비해 말글정책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1) ㄱ,ㄷ,ㅂ,ㅈ은 위치에 상관없이 g,d,b,j로 한다.(예:부산 BUSAN> 대구 김포 금강)


(2) ㅋ,ㅌ,ㅍ,ㅊ은 k,t,p,ch로 한다(종전에는 k’,t’,p’,ch’ 등 어깻점이 붙었다)


(3) 모음 ‘어’, ‘으’는 ‘eo’, ‘eu’로 한다. 이번 표기법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이다. 종전에는 `어’와 `으’를 각각 o와 u위에 반달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구분을 했으나 컴퓨터에서 사용하기 불편해 고쳤다. ‘어’를 eo로 하는 것은 1959년 이후 1983년까지 표기법에서 써 본 적이 있다.


(4) ㅅ은 항상 s로 적는다. 종전에는 ㅅ과 모음 ㅣ가 어울릴 때는 발음에 따라 sh로 했다. 예컨대 신라의 경우 shilla로 표기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런 구별을 없애 silla로 했다. 이번 로마자표기법에서 가장 수긍하기 힘든 규정으로 지적된다.


(5) 관용을 허용한다. 그동안 써온 인명이나 회사명, 단체명을 기존처럼 계속 쓸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로마자표기를 하는 인명이나 회사명,단체명의 경우 이번 로마자표기법에 따라 표기할 것을 강력히 권장토록 한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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