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매개의 권력'이라는 특수성도 갖는다. 편재해 있는 정치·경제·문화의 흐름들을 대중적 영향력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힘인 것이다. 권력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매개하는 것도 언론이 아닌가. 그리하여 '말없는 다수'속의 내 의견조차도 그들은 만들어낼 수 있고, 때로는 선거에 임하는 내 머릿속에 침투에 나를 '거수기'로 만들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은 '왜 하필 조선일보인가?'일 것이다. 이에 대해 '낮의 대통령'도 국민을 대신해(?) 자기가 선택하겠다고 드는 자칭 '밤의 대통령령'이며, 한완상 장관과 김정남 수석, 그리고 어쩌면 최장집 위원장의 예에 이르기까지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날려버리는 힘이 있고, 그 스스로는 14명의 장관을 배출해내기도 한 곳이 『조선일보』밖에 더 있는가. 그러니 답은 '당연히 조선일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 만들기까지 시도하는 오만 방자한 권력
조선일보와 독재권력 추대와 자신의 구미에 맞는 대통령 당선시키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97대선에서도 조선일보는 변함없이 아주 노골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만 하면 되지, 감히 어디서 그 이상의 월권을 자행하려 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던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97년 12월 20일자가 기자협회보가 전하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취중진담이다.
"9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뽑힌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자신의 취중망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국민신당 당원들이 조선일보 사옥앞에서 항의시위 하던 16일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김주필은 경찰병력과 국민신당 당원 사이에서 '니네들 뭐하는 거야'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취기가 오른 것으로 보인 김주필은 긴장감이 가득한 군중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국민신당 당원들을 향해 또 한번 외쳤다. '니네들, 내일 모레면 끝이야. 국민회의, 국민신당 너희는 싹 죽어, 까불지마' '내일 모레면 없어질 정당이....'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당원들은 전했다. 이에 시위에 참석한 국민신당 당원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권력감시라는 본연의 자세를 넘어 권력 만들기를 주도하겠다는 조선일보의 오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신당측은 시위대 앞에서도 당당했던(?) 김주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당내 게시판에 전시했다."
지역감정과 조선일보는 '운명공동체'
"지역갈등 조장의 주범은 정치권이며 언론은 종범이다."(참여연대 손혁재 협동사무처장) 위의 말은 이제 틀린 것이지도 모른다. 아예 언론이 주범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초기, 한나라당은 영남 경제의 하강 추세를 이용하여 영남지역 장외 집회를 시도했다. 이것은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더러운 정치술이었는데 더욱 가관인 것이 조선일보였다. 마산집회 다음날인 25일, 조선일보는 '편중인사 표적사정...연고기업 몰락한 탓/ 민심이반 현상을 지역감정으로 몰다니...'라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그대로 제목에 걸었다. 1월 31일의 구미집회도 다르지 않았다. 2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중앙에 한나라당 집회 사진이 실렸다. 역시 조선일보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조선일보의 지역감정 자극에는 <주간조선>이 한 몫을 했다. 99년 2월 4일자에는 기사 제목으로 '흔들리는 영남 민심 : "철새도 먹이 찾아 호남 간다"더라'라는 몰상식한 제목을 붙여, 영남인들의 피해 의식을 부추겼다. 같은 해 9월 28일자의 대구 민심 기사에는 "거덜난 경제에 깊은 소외감" "우방이 호남에 있었으면 망했겠나"라는 헤드라인을 달아서 잘못 유포되고 있는 '호남은 잘 살고, 영남은 망해간다'는 유언비어들을 사실인 양 오도하고 있다.
자료출처: 조선일보없는아름다운세상을만드는시민모임(조아세·www.joa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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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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