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일과도 상통하다고 할 수 있죠"

"젊었을 적엔 그림이 무척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에 급급했던 그 시절 그림을 그려서는 생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그렇게 그림 그리고 싶은 꿈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17살 때 전주에 사는 외숙부에게 표구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껏 표구작업을 해온 강태형씨(55).

강씨는 구 시청민원실 앞에 위치한 '남광표구'를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언뜻 봐서도 남광표구라는 간판만 봐도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을 듯 하다.

남광표구가 이곳에 자리한지만도 40여년이 더 됐다고 말한다. 외숙부가 운영하던 남광표구를 강씨가 이어받아 지금도 남광표구 간판을 내걸고 있는 탓이다.

"표구의 생명은 풀이지요. 아무리 좋은 작품도 풀칠을 잘못하면 그 작품은 생명력을 잃게 된답니다. 그 만큼 풀칠이 중요하다는 거죠"

강씨는 표구할 때 풀칠은 가장 얇으면서 접착력은 우수해야 하는데 이렇듯 풀칠이 최상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풀의 입자는 미세하고 고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풀을 사서 사용하지만, 예선 우리 조상들은 찹쌀, 통밀을 며칠씩 찬물에 담가 두웠다가 우러나오는 고운 녹말가루로 풀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그만큼 입자가 고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서양에서 대량으로 들어온 밀가루 풀은 입자가 곱지 못해 작품에 풀칠을 할 때 덩어리가 엉겨 작품에 변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강씨는 "벽천 나상목 선생은 병풍작품에 풀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사용했을 정돕니다. 그만큼 되도록 풀을 사용하지 않아야 작품에 손상을 덜 준다는 뜻이죠"라고 회고한다.

강암 송성용선생이나 윤제술씨 작품 등등.. 그의 손을 빌려 표구된 작품만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표구작업을 하면서 훌륭한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이젠 작품을 보는 안목 또한 전문가 못지 않아 손님들로부터 작품을 구매해 달라고 의뢰가 들어올 정도다.

타지역에 비해 우리 지역은 예술가가 많이 나는 고장인 탓에 표구을 하는 곳이 20여년 전만 해도 15곳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작 3∼4곳이 남아 있을 정도.

한달에 한 두 작품 표구해서는 도저히 생활이 힘들어 강씨 또한 요즘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표구는 참 매력있는 일이라며 이윤만을 생각하고 해온 일이라면 아주 오래전에 그만 뒀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강암선생이나 벽천선생 등의 훌륭한 작품들을 내 손으로 직접 표구해 놓고 나면 그 성취감은 아무도 못 느낄 겁니다" "표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보석으로 만드는 일과도 상통한다고 할 수 있죠"라고 말한다.

송순영  ssy@gjt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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