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통해 우리 전통의 숨결 느낄 수 있어"

"홈패션을 비롯해 다른 많은 과목들을 수강해 봤지만 한지공예만큼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하고 싶더라구요. 밤새도록 문양을 칼로 오려대도 지치지가 않았어요"

강의가 있는 날이건 없는 날이건 간에 늘 여성회관 한지공예반 교실에서 한지공예가 김경순(38)씨를 만날 수 있다.
남편 출근, 두 아들 등교시키고, 대충 집안일 정리하고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여성회관에 나온다는 김경순씨.

"재료들을 집안 가득 늘어놓고 작업을 하다보니 집안은 엉망이고, 몇 시간씩 집중하고 작업에 열중하다보니 손목이며, 어깨 등이 아파 병원에 다닐 정도 되니 초기엔 남편의 반대가 무척 심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작품에 대한 조언을 해줄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지호, 지승, 지장, 색지, 후지공예 등의 다양한 한지공예의 부문 중에서도 김씨가 유독 고집하는 부문은 색지공예다.

색지공예는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천연염료로 색색이 물들여 미송이나 오동나무 또는 합지로 만든 골격에 여러 번 덧발라 문양을 넣는 것으로서 적, 청, 황, 흑, 백 오색을 기본으로 장, 함, 반짇고리, 상보, 빗집, 담배쌈지, 예단 3합 상자 등 혼수용품을 주로 만든다.

현재 색지공예는 내구성과 내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마무리단계에서 락카칠을 하여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멋을 가미하고 있다.

김씨는 95년 처음 여성회관에서 수강생으로 한지공예를 접하고 한지공예에 매료돼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을 만드는 데 보낼 정도였다고 말한다. 그 결과 전주한지공예대전에 입선과 장려상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고.

이런 김씨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부터는 여성회관 전담 한지공예 강사가 됐다. 현재는 여성회관에서 한지공예반 전용 교실을 내줄 정도로 김씨와 한지공예반 수강생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김씨는 "뭔가를 만들고 붙이고 하는 일에 늘 재미있어 했는데, 한지공예는 이런 제 성격에 딱 맡는 일이었다" 며 "한지 특유의 부드럽고 포근한 재질은 만질수록 정이 간다"고 말한다.

"이처럼 만져만 봐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한지를 이용해 우리 정서에 맞는 전통문양을 오려 붙여 완성한 반짇고리, 경대 등 생활용품을 비롯한 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유명메이커 가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물건이죠"

"적게는 보름에서부터 한달, 또는 1년이상 공들여 만든 작품이 완성되면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할 정도였답니다"
색지공예는 실용성과 장식용을 함께 요구하는 현대 생활용품에 적합하고, 제작기법이 간단하여 취미생활로 적격이다.

특히 늘 집안에서 생활하는 여성에게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손때 묻은 작품이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김씨는 "색지공예품은 색상과 문양이 다양하고 한지 특유의 포근한 재질은 그 쓰임새가 많아 관광 공예품으로도 단연 인기다"고 말한다.

김씨는 "색지공예는 우리전통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공예품으로 이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이지 않겠냐"고 말한다.

송순영  ssy@gjt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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