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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도깨비시장"저울? 그런거 몰라, 손이 저울인께"
새벽 4시 30분, 외롭게 서있는 가로등과 간간이 지나가는 차들만이 길을 밝힐 뿐 주위는 어둠속에 쌓여있다.

중앙청과물시장 앞 소방도로에 위치한 도깨비시장.

적막감마저 감도는 어둠속에서 손주의 재롱을 볼 나이정도인 할머니들이 무엇인가 가득싫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이곳에 비나 눈을 피하는 천막, 파라솔, 그리고 플라스틱 박스등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 찾아가 물건을 내려놓고 서서히 진열하기에 분주한 모습들이다.

서둘러 진열을 마친 상인들은 아직도 새벽공기가 차가운 듯 흰 연기 모락모락 나는 모닥불과 막걸리 한잔에 얼었던 몸을 녹이고, 어제일을 얘기하는 듯 웃음소리와 이야기소리에 30여개의 가판과 상가가 있는 이곳 도깨비시장의 불빛은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도깨비시장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잠시 시장이 열렸다가 곧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새벽 5시부터 9시까지가 이곳 영업시간이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는 장사를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30여년동안 자리를 지켜 왔다는 사실 말고는 도깨비시장이 처음 문을 열었던 시기를 알고 있는 상인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새벽녘에 열리는 시장인만큼 이곳의 주요고객 또한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들이 대부분으로 갈치, 오징어 바지락, 굴등 어패류와 쑥, 머우, 미나리, 냉이, 배추, 무우, 파 등 야채등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야채들은 상인들이 집에서 직접 켄 것들이어서인지 신선도는 최상급이며, 이곳의 인심 또한 후하기로 소문났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묶음이나 그램단위로 판매되고 있는 가게에 흔한 저울하나 상인들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가격표 역시 하나도 없다.

'손이 크면 손해본다'라는 말이 이곳에서 통하는 듯 손님이 원하는 것보다 푸짐하게 담아주는게 보통이며, '이렇게 팔면 손해봐 안돼'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면서 한 번 더 담아주는게 이곳의 풍경이다.

하지만 요즘 이곳에도 경기침체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 상인들이 문을 여는 시간이 1시간정도 늦춰졌고, 문을 열지 않는 상인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한 지 올해로 30년째인 최양순씨(62·월촌).

최씨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3시30분에 출발해 4시면 손님들이 왔는데 요즘은 6시나 지나야 한두명 올까하지 손님이 없어. 예전에가 좋았지 사람이 많아야 장사하는 재미도 있는데"라며 옛날의 이곳의 모습을 회상하는 듯 보였다.

새벽녘 찬바람을 맞으며 1년 365일 한결같이 장이 서는 도깨비 시장.

과장된 포장과 잘 진열된 상품, 정해진 가격보다 흔한 로숀하나 바르지 못한 듯 거친 손으로 듬뿍 담아준 쑥 천원어치.

계절별로 신선한 야채들이 판매되고 있는 이곳에서 오늘 가족을 위해 봄의 향긋한 나물로 아침식탁을 마련하고,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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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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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현 2003-04-08 01:28:13

    신문으로는 미처 몰랐는데 인터넷으로보니 김태영기자님 고생하셨네요.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사진으로보니 실감나네요   삭제


    3월27일 새벽 4시 30분

    반찬가게의 불이 밝았다(새벽 4시 40분경)

    할머니들이 손수레에 팔 물건들을 싫고 나오기 시작했다(새벽 5시경)

    가져온 물건을 보기좋게 정리하고 있다(새벽 5시 10분경)

    제법 많은 가게가 문을 열었다(새벽 5시 40분경)

    첫 손님이 도착했다(새벽 5시 50분경)

    아직 손님이 뜸한지 상인들이 모닥불을 피어놓고 이야기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새벽 6시경)

    이제 본격적으로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상인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새벽 6시 20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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