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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여객 버스운전사 송명길씨"시골 인심 아직 살아 있당게"
"아∼ 기사양반 우리집이 여그여∼ 여서 좀 세워 줘. 부탁햐아∼"
"안돼요∼ 할머니∼여긴 승강장이 아니라 위험하당게~"
"위험하긴 뭐시 위험햐 여그가 우리집 이랑게에"


오늘도 어김없이 봉남을 넘어서자 마자 한 70쯤 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한사코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내려달라고 때를 쓰는 모양이다. 송씨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렇게 할머니들과 입씨름을 한다고 한다.

지정 승강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려달라는 할머니와 버스 운전사 송씨. 마음이야 시장을 보고 잔뜩 무거운 짐 보따리를 이고 있는 할머니가 힘들지 않게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함부로 손님을 하차시키지 않는 것을 회사규정이다. 이는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가 함부로 정차하면 사고 위험이 클뿐더러 만약의 경우 사고라도 나면 운전자 과실로 회사가 전적으로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

오늘은 봉남을 거쳐 금구로 가는 버스 노선을 운전하는 송명길씨(신풍동 44). 올해로 안전여객 버스기사로 있은 지는 만 6년째다.

한때는 전주 시내버스 운전. 택시운전사, 만경중고 학교버스 운전 등 운전경력만도 올해로 20여년이다. 송씨는 운전실력 만큼은 베테랑이다.

만경이 고향인 송씨는 이왕이면 부모님이 계시는 김제에서 운전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김제에 정착을 하게 됐다고 한다.

송씨의 첫인상은 회사 유니폼 인 듯한 깔끔한 하늘색 상의, 짧은 스포츠 머리, 검게 그을린 까만 피부, 그리고 항상 웃고 있어서인지 눈 밑에 빗살무늬 주름이 인상적이다.

첫차 운전을 맡을 경우 아침 6시부터 운전을 시작해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일을 마칠 수 있다.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고향에서 운전하는 자신의 일이 좋다는 송씨.

특히 만경에 계시는 부모님께 언제든지 쉽게 찾아 뵐 수 있어 좋고, 도시에 비해 공기도 좋고, 인심 좋은 김제에서 사는 게 행복하단다. 남들보다 결혼을 일찍 한 탓에 아들은 대학생, 딸은 고등학생이다.

송씨는 "아이들이 다 커서인지 이젠 뭐든 스스로 하기 때문에 굳이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장날이면 늘 버스시간 맞춰 직접 농사 지은 곡식이며, 채소 등을 보따리에 이고 장에 가서 내다 팔기 위해 시골 어르신들은 저를 기다린답니다"

"이런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무리 손님이 없고, 궂은 날씨여도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날이 없죠"

송씨는 이제 김제 구석구석 어느 마을에서 누가 언제쯤 시내로 출퇴근을 하는지 알 정도란다.

특히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노부부가 시내 병원을 가기 위해 손을 꼭잡고 서로 부축해 가며 버스를 탈 때면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아직은 시골인심이 남아 있어 집안에 애경사가 있을 때면 떡이면 과일을 싸들고 기다렸다 건네는 고마운 시골 아주머니들이 종종 있어 흐뭇할 때가 많다.

"요즘은 예전같이 않고, 젊은 사람들보다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들이죠. 시내버스를 오르내리는 것조차도 힘겨워 하는 분들이 많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제 부모님 같아 되도록 친절하게 할려 합니다"

안전여객 유영권 영업부장은 "송기사님은 성실성이야말로 두말하면 잔소리다"며 "자신이 아무리 피곤에 지쳐고 힘들어도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대해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한다.

운전 코스중에 가장 힘든 코스가 유강리 코스란다. 이유인즉 유강리코스의 경우 익산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다 보니 상정리를 지나면 손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유강리의 경우 버스 두 대가 번갈이 운행하기 때문에 종점에서 잠깐 커피 마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만큼 힘들다고 한다. 반면 심포방면은 종점에서 20분정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다고.

또한 송씨는 "운전기사는 손님이 많아야 기운이 나는 법인데, 갈수록 인구가 줄어 손님이 없고, 백구, 금구의 경우 익산과 전주권 시내버스들이 다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걱정한다.

송순영  ssy@gjt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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