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가인 철산 이정훈 화백은 지난 3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4일에 걸쳐 봉래호를 타고 금강산에 다녀온 뒤 그 때의 감동을 담아 본사에 소개문 형식의 글을 보내왔다. 그가 다녀온 만물상과 구룡연 폭포, 굽이 굽이 뻗은 일만이천봉의 절경을 글을 통해서나마 느껴 보도록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철산 이 정 훈(한국화가 )


금강산! 그 아름다움을 전해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산! 그리운 금강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두운 밤바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번데기의 항해 끝에 만나게 된 산! 금강산! 한반도의 모든 산이 다 그렇듯이 금강산도 오래 전부터 우리민족과 숨결을 같이한 금강산!


금강산 부근은 일찍이 맥의 땅이었다. 다음은 고구려 다음은 신라 고려뒤엔 조선에 속했다. 통한의 식민지 시절엔 타민족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지금은 분단된 국토의 북부에서 우리의 애환을 함께 겪고 있다.


금강산의 뼈대를 이루는 바위들은 대부분 화강암과 반상 화강암이어서 빛의 방향에 따라 눈처럼 희게도 보이고 금색이나 은색으로도 보이고 푸르거나 보랏빛으로도 보이고 검게도 보인다.


금강산은 강원도 북부 동해안에 가깝게 솟아 있다. 최고봉인 비로봉(1638.2m)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어 있는 주능선은 백두대간이다. 주능선 분수령을 경계로 동쪽은 고성군 서쪽은 금강군이다. 금강산 서쪽은 본래 회양군에 속했다. 금강산은 오래도록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에 봉래, 개골, 금강, 풍악, 기달, 열반, 중향, 상악, 선산등 세간과 문헌에 전하는 이름만도 9가지나 된다.


현 상식으로는 봉래, 개골, 금강, 풍악의 4계절 이름으로 명명되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개골이란 이름은 신라 마의태자의 고사와 함께 삼국사기에 처음 나온다.


풍악이란 이름은 신라의 고승 진표율사의 행적을 새긴「관동풍악발연수기」의 내용과 함께 삼국유사에 처음 나온다.


동환록에 (조선조 철종)서는 봄은 금강, 여름에는 기달(봉래) 가을은 풍악 겨울은 개골이라 계절과 연관시켜 부른다 했고 동국여지승람 회양편에서는 첫째는 금강 둘째는 개골, 셋째는 열반 넷째는 풍악 다섯째는 기달이라 했다.


신선 사상에 근거한 봉래란 이름은 민초들이 더 사랑했던 것 같다. 봉래란 쑥과 명아주풀을 가리킨다. 봉래는 중국의 전설 속에 나오는 산 이름이기도 하다. 방장산, 영주산과 함께 삼신산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이 방장산, 한라산이 영주산 금강산이 봉래산이다. 가장 넓게 통용되고 대표되는 금강이란 이름은 고려시대의 학자 김부식과 승려 일연이 각각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쓰던 고려 초 이후에 통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3세기까지는 개골과 풍악으로 불리던 것이 14세기부터 금강과 겸용되기 시작했다. 봉래는 16세기 조선의 문인이며 서화가인 양사언과 관련되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한때 108개의 사찰이 있었을 정도로 한국 불교의 중흥지였다. 금강, 열반, 중향은 모두 불교의 영향을 받은 이름들이다.


금강이란 “가장 견고한 무기”라는 뜻이며 범어로는 바쥬라(Vajra)라 한다. 동방을 지키는 수호신인 제석천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바로 이 금강산이어서 어떤 것으로도 깨뜨릴 수 없고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불경의 금강견고 금강심이란 말도 이러한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단하여 깨어지지 않은 마음 즉 모든 번뇌를 깨뜨리는 보리심을 상징한다.


또 금강을 가지고 있는 역사집 금강이라 하는데 금강산도 이러한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금강산은 주능선 분수령을 경계로 바다쪽을 외금강, 내륙쪽인 서쪽을 내금강이라 하는데 금강산의 큰절경들은 대부분 외금강쪽에 있다.


　예전에 외금강쪽을 외산이라 불렀다. 금강산의 동쪽은 가파르고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동지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만물상, 관음연봉, 채하봉 등의 준봉들이 변화무쌍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골짜기들은 내금강에 비해 훨씬 가파르고 스케일이 큰 폭포들을 간직하게 되었고 아슬한 절벽위에서 쉼없이 떨어지는 희고 시린 물줄기들이 골짜기마다 깊고 푸른소와 담을 무수히 만들어 놓았다.


외금강은 지역적 특성과 탑승코스에 따라 온정구역, 만물상구역, 수정봉구역, 구룡연구역, 선하구역, 발연소구역, 송림구역, 은선대구역, 천불동구역, 선창구역, 백정봉구역 등 11개 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반갑고 인상적이었다면 쭉쭉 뻗은 전봇대 굵기의 붉은 소나무 적송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날씬한 소나무가 마을을 시원하게 했다. 그곳에선 일명 미인소나무라 했다. 우리나라 안면도에 가면 시원스레 뻗은 적송이 가득하다.


유독 가슴에 파고들도록 느꼈던 감동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금강산의 깨끗한 물과 자연환경 앞에 새삼 놀랐다. 때로는 걱정했던 우리나라 산하에 쓰레기와 오염되어 가는 현실 앞에 새삼 놀란다. 금강산이 주는 교훈이 있다면 깨끗하다. 깨끗하지 못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금강산! 쓰레기와 침을 뱉으면 벌금을 낸다는 구호이기 전에 스스로 자연 앞에 고개 숙이는 겸허한 자세가 싹이 터야 하리라고!


이제부터 새로운 국민의식이 깨어야 하리라 더 이상 오염되지 않는 우리의 산하!

금강산이 주는 교훈.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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