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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 혜봉사 유정스님세상의 모든 사물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육신은 어차피 잠시잠깐 걸쳤다 벗어버리는 것, 마음이 깨끗하고 바르지 아니하면 제대로 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힘들 것입니다"

낮으면서도 청명함을 잃지 않는 음성으로 내내 마음을 강조하시는 유정스님(54·금구혜봉사).

불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듯 스님의 말씀에는 세월에 기초한 진한믿음이 풍겨나고 있었다.

금구면 서도리에 위치한 작은 절 혜봉사. 100여 년 전 무려 600년이나 터를 잡고있었던 개동사 자리에 현판을 내걸었다는 이 절은 스님이 태어나서 자라고 평생을 보낸 곳이다.

3남2녀의 차녀로 태어난 스님은 절실한 불자였던 부모님을 따라 자연스럽게 불법을 접하게 되었고, 일찍이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험난한 비구니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때나이 13살, 채 사춘기도 접어들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부처님에게 몸을 맡긴 비구니스님의 절이라서 그런지 이곳에 찾아오는 불자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갓 대학교에 입학한 여대생부터 황혼에 접어든 할머니까지, 한번 이곳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언제나 한결같다.

서울이나 먼 섬 지역으로 이사를간 불자들 역시 고집스럽게 이곳만을 찾는다.

"수십 년을 함께 해 온 불자님들이 운명을 다해 이곳에 뼛가루가 뿌려질 때는 가슴이 메어집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이런 것은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수양이 부족한 탓이겠지요"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는 스님을 보노라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있을'유' 자에 정화할 '정'자, 항상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려고 노력한다는 스님의 법명이다.

좋은 말씀 있으시면 한 구절만 들려주십시오 하는 기자에게 스님은 말없이 법당한쪽의 기둥을 가리키셨다.

오랫동안 붙어져있었던 듯 누렇게 색이 바랜 한 장의 종이, 거기에는 정갈한 필체로 법구경의 한마디가 적혀져 있었다.

'스스로 악을 짓고, 스스로 죄를 받으며, 스스로 선을 짓고, 스스로 복을 받는다. 악과 선은 각각 스스로 짓는 것으로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느니라'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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