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역시 마찬가지다. 제복은 입고있는 모든 이들에게 완성된 통일감을 부여하고 직업에 대한 책임과 의무의식을 심어준다.
여기 누구보다도 제복이 잘 어울리는 세 명의 여성들을 만나보았다. 하는 일도 성격도 제 각각인 그녀들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편집자주-
욕심 많은 '포순이' 유정희 순경
"맥가이버라는 외화 기억나시죠? 경찰은 말이에요. 그 맥가이버처럼 되야 해요"
경찰공무원을 지원하려는 예비생들에게 유점희(27·신풍동파출소) 순경이 가장먼저 해주고 싶은 말이다. 순간적으로 형광등이 되어버린 기자에게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 주었다.
"파출소에 있다보면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딪히게 되요. 그 중에는 경찰업무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때문에 이것저것 잡다한 모든 것들이 저희에겐 빠짐없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려면 공부하고 또 하고 모르는 것은 계속적으로 배우는 수 밖에 없지요"
힘든 공부 후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고 착각했다는 그녀. 하지만 일년 여의 시간동안 겪었던 힘든 경찰업무는 많은 면에서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꿈은 외교관이었다. 대학때의 전공을 중어중문으로 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도 어학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언제 외국으로 갈 찬스가 올지 모르잖아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격언을 굳게 믿고 있는 그녀는 지금도 노력, 또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 너무 충실해서인지 유점희순경은 아직 애인이 없다. 몇 명 소개를 받기는 했었는데 느낌이 팍 오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없다고 한다.
눈이 높아서 그렇다는 모함(?)이 주변에서 들려오기도 하지만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극구 부정을 하고 있다.
"음…그냥 성실하고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노력이라는 색깔로 뭉친 그녀의 애인이 될 행운의 남성은 누구일까?
한가지 색깔 밖에 모르는 '고집쟁이' 이선씨
요사이 기자는 그 동안 생각했던 갈색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갈색머리칼에 갈색눈동자. 기자의 색깔에 대한 관념을 흩트려 놓은 대상은 다름 아닌 이선(41)씨이다. 우체국에서 정보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주변에서도 소문난 친절여왕이다.
"누가 저를 추천했어요? 그…그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주변에서 무수한 추천을 받고 우체국을 찾은 기자에게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정보통신원으로서 고객들에게 친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세입니다. 더군다나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분들도 다 똑같아요. 아니 저보다 훨씬 더 친절하신 분들도 많이 계신답니다"며 어찌할 줄 모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흔히 한 직종에서 오래일 하면 나태해지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입사한지 이십 여 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은 아니 오히려 더 밝아지고 친절한 미소를 키워 나가고 있다.
아니라고 연신 겸손한 손사래를 치고 있는 그녀의 옆에서 동료가 한마디 불쑥 끼어 들었다.
"이선씨의 친절함은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어요. 지난 7월에 전북체신청에서 '친절왕'에 뽑혔고 그전에도 정보통신부장관상을 2회나 받았어요. 그리고…"
또 다른 수상경력이 있는 것 같았으나 이선씨의 제지로 더 이상 듣지 못했다.
"솔직히 주변에서 자꾸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고 분에 넘치는 상까지 받고 나니까 많이 부담스러워요.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항상 웃고만 지낼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친절한사람이다 여기지 마시고 그냥 한사람의 정보통신원이다라고 만 생각해주세요. 제가 친절한 게 아니라 이곳우체국이 친절한 거예요. 전 그저 분위기를 따라만 갈 뿐이에요"
그날 기자가 느낀 갈색의 또 다른 코드는 바로 친절과 겸손함이었다.
이혜란씨의 변신은 '무죄'
축협하나로마트 직원 이혜란(26)씨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색깔이 매력적인 아가씨이다.
집에서는 1남3녀 중 장녀로 동생들을 보살피고, 매장에서는 화사한 이미지로 모두에게 웃음을 준다. 한편 일을 할 때는 똑 부러진 성격을 보여주며 하나를 시켜도 확실하게 해내는 당찬 처리능력을 자랑한다.
항상 생글거리는 미소로 손님들을 대하고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 때면 귀여운 표정으로 V자를 표시하는 그녀에게 참 착한 분 같다고 기자가 입에 발리지 않은(?) 칭찬을 했다.
"아니에요. 저 되게 못됐어요. 억지쓰시던 손님분과 말다툼도 벌인 적도 있고 일이 잘 안 될 때는 구석에서 혼자 짜증도 내요"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의 그녀의 어릴 적 꿈은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아이들을 좋아해서였다고 한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녀는 땀을 흘리는 것을 좋아한다.
시골에서(백산 상정리) 크고 자라며 큰딸, 큰언니역할을 해내느라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 일 수 도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노력해서 얻은 대가가 얼마나 알차고 소중한 것인가를 5년여의 사회생활동안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녀는 입고있는 복장이 정말로 자연스럽고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맏이로 귀염둥이로 이곳저곳에서 역할분담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는 그녀에게 매장에서 일하려고 생각중인 사람들을 상대로 선배로서의 작은 조언을 부탁했다.
"매장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밝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것이야 꾹 참고 일하다보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겠지만 마음이 어두우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정말 힘이 들거든요. 물론 오래 일하기도 힘들고요"
반짝반짝 쉴새없이 변화하는 그녀만의 색깔철학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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