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라켓 하나로 세계 정상에 오른지 11년.
세계적인 스타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찾은 정소영씨의 집에 들어선 순간 금메달을 획득하고 카퍼레이드하는 사진이 그때의 환희가 되살아 나는 듯 했다.
강한 승부욕과 패기, 상대 선수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정선수의 야무진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기자를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한 정소영씨의 모습은 스타로서의 화려함보다는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 더 편안해 보였다.
"운동요?, 욕심같아서는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체력이 예전만 못한걸요. 게다가 애들이 아직 어려서 당분간은 힘들것 같네요"
라켓 하나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정소영씨(37)의 첫 마디다.
체력과 애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본격적으로 운동하는게 부담스럽지만 여건만 주어지면 다시 배드민턴을 시작하고 싶다는게 정소영씨의 마음이다.
게다가 경남 진해시의 국민센터(스포츠 센터)에서 베트민턴 교실을 열어 회원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치고 있어 배드민턴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보였다.
"지금 스포츠 센터에서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가르쳐 주는 것 뿐이죠. 96년 은퇴이후 7년동안 정식적으로 운동했다기 보다는 몸이 굳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죠. 하지만 지도자교육을 받아 배드민터 지도자로 나서거나 운동을 다시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우리 공주들을 예쁘게 키우는게 더 중요하죠"라는 정선수의 말에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 비췄다.
지난 93년, 당시 배드민턴 선수로 같이 운동을 해온터라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김범식씨(42·현 마산 성지여중 베드민턴 감독)와 결혼해 지금은 세딸(혜정(7), 소정(3), 유정(7개월))의 엄마로, 남편의 후원자로 마산에 살고 있다.
정소영씨가 자신있게 만들수 있는 음식은 '된장찌개'. 바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어 점수를 따고 싶어도 쉽지 않아요, 남편의 점수가 후한편은 아니죠. 차라리 배드민턴 점수따는게 더 쉬운것 같아요"라는 말에 정선수의 아버지인 정인수씨(67)와 어머니 김은순씨(63), 그리고 남편이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
정소영씨는 한가지 욕심을 가지고 있다.
바로 남편 김범식씨와 함께고향인 김제로 돌아와 후배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언제든지 돌아와 후배들과 함께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명예의 전당이라는 곳에 지금 제 이름이 오르지만 후배들의 재능은 아직도 무한한만큼 큰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더 많은 후배들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된 훈련과 노력끝에 얻은 명예의 전당.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정소영씨.
하지만 이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의 어머니인 '주부 정소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더욱 행복해 보였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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