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이것 정말 큰일인데요. 여기저기 엄하다고만 소문이 나서 어쩌지요? 이러다가 관원들 다 떨어져 나가겠네요"

호랑이 사범님이라는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는 기자의 말에 진승기(36·금만검도관)사범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엄하다는 악명(?)을 예상해 우락부락한 얼굴과 큼직한 체구를 연상했던 것과 달리 진사범의 모습은 평범한 회사원 같았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고정되듯 스며들어 있었고, 허리 아래로 늘어뜨린 손 역시 여자 손처럼 예뻐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이 녀석! 누가 그렇게 성의 없이 연습하라고 했어. 똑바로 하지 못해!"

구석에서 장난스레 죽도를 휘두르던 어린 관원 한 명이 화들짝 놀라 자세를 바로 했다.

"검도는 운동이기에 앞서 정신수양과 예절을 바탕에 두고있는 하나의 무술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수련하나 만큼은 성심이 흔들려서는 곤란하겠지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빙긋 웃어 보이는 진사범의 눈에는 왠지 모를 신념같이 것이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엄하지만 다혈질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호통을 치고 화를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지 거기에 감정이 실리면 지도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겠지요"

수련 때는 무서운 사범님이지만 일단 끝나고 나면 더없이 따뜻해진다.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과 차도 마시고 장난도 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큰형이나 삼촌이다.

"요즘아이들은 끈기나 인내심 등 정신적인 면에서 너무 나약한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그런 면을 강하게 단련 시켜주고 싶어요. 죽도를 휘두름으로서 얻게되는 힘이나 기술보다는 거기에서 파생되는 정신수양이나 예의범절이 훨씬 더 중요하지요"

오늘도 도장에는 호랑이 사범님의 포효소리가 그치질 않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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