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 속에서만 가질 수 있는 핵무기

군사적으로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제일 가는 강대국인 미국과 군사동맹에 의해 그들의 '핵우산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구소련(현 러시아)의 오랜 냉전시대가 끝나자 세계는 군축을 시작하면서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핵무기를 서서히 폐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직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에게는 개발자체를 금지시키는 '핵확산금지조약'을 만들어 가입하도록 하였다.
우리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기에 가입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핵무기의 개발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대신 미국은 우리나라에 핵 공격이 있을 경우 자국 영토 내에 공격을 받은 것과 동일시화고 이에 공동 대응해 주기로 하였다.

미국은 이런 조약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을 다른 나라들이 가지지 못하게 했다.

이때가 29년 전인 1975년으로 우리나라는 86번째로 정식비준국이 되었다.
'핵확산금지조약'의 정식명칭은 '핵무기의 불확산에 관한 조약'으로 68년도에 조인되어 70년 3월에 발효되었으며 전문·본문 11개조로 되어있다.

미국과 구소련 주도로 성립되었고 중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5개국의 핵무기 독점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여타 가맹국의 핵무기개발·도입·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군사적인 관점에서의 핵은 지금까지도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

썩 자랑스럽지 못한 세계10위 권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수준은 세계 30∼40위권 정도지만 핵발전량 만큼은 세계10위 권을 넘나들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밝히는 에너지소비전망에 의하면 현재 이미 일인당 연간 에너지소비가 선진국인 일본과 독일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2020년이 되면 이들 나라의 97년 소비보다 약 40%이상으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다한 에너지사용과 함께 전력소비도 연간 4∼5% 가량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소비의 40%가량을 핵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과다한 핵발전 의존도에 대해 많은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만 줄어들거나 대체에너지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있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2015년까지 8기(960만 KW)의 핵발전소 추가건설이 계획 중으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 및 환경단체사람들은 말한다.

전기를 과다하게 소비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그릇된 환상을 버리고 전력소비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며 핵발전소 추가건설이 아닌 태양광과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개발과 에너지효율향상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전력정책으로 기존의 핵발전소도 단계적으로 폐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이상은 어디까지나 이상이고 현실은 엄연히 확고부동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핵발전소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핵폐기물의 증가율도 엄청나게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각 발전소별로 발생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임시저장고가 2008년이면 모두 포화될 것이라고 하면서 '핵폐기장'을 올해 안에 결정해서 시급히 진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같이 들린다.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면 어딘가는 버릴 곳이 필요한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이치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난 94년 12월에 서해바다의 굴업도에 '핵폐기장' 부지를 지정하고 건설을 강행하려할 때와 똑같다는데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암울하기만 한 미래상

핵을 통해 보여지는 우리나라의 미래상은 지극히 어둡기만 하다.

당장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식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부안 주민들의 시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문제의 본질은 내버려둔 채 수박 겉 핥기만 되풀이하고있는 모양새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현재의 핵발전소부지들은 대부분이 70년대 군부정권시절에 지정된 것들이다.
당시에는 핵에너지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존재하고있었고 궁핍한 시절이라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발 없이 부지를 결정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핵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어있어 신규핵발전소를 위해 새로운 부지를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발전소도 이럴진데 '핵폐기장'이라면 그 반발강도는 겪어보지 않아도 능히 짐작이 갈만하다.

동해안 지역 '핵폐기장' 반대운동(89년∼90년), 안면도 반핵투쟁(90년∼91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94년∼95년)등 국민들의 인식전환 이후의 핵의 역사는 반대와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부안 '핵폐기장' 사태는 힘든 역사가 그대로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편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는 현재를 이어주고 현재는 미래를 맞춰나가는 커다란 퍼즐이다.

하지만 조금의 발전도 없이 퇴보하기만 하는 듯한 여러 계획과 거무튀튀한 청사진들을 볼 때 미래의 조각들을 예상해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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