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 드러난 실체 '핵연료'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진 20세기이래 많은 사람들은 화석연료시대 이후의 경제 모습을 그리며 그 대비책에 고심해왔다.

석유·석탄 등 현대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원들이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그것들을 대비할 무엇인가가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록 잠깐이기는 했지만 핵연료는 이런 고민을 단숨에 해결시켜 버릴 해결사와도 같이 반가운 모습으로 사회전반에 다가왔다.
그간의 에너지원들에 비해 압도적인 생산성과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장은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79년 3월에 발생한 미국의 드리마일 사고와 86년 4월에 터진 구소련 체르노빌 제4호 원자로 폭팔 사고 이후 전과는 다른 시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우에만 그치고 싶었던 핵의 위험성을 본격적으로 피부 깊숙이 느끼게 된 것이다.
더불어 핵의 경제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곳곳에서 일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상황이나 규모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원자력발전소 1기를 건설하려면 최소 1조5천억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그럼에도 핵연료가 저렴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주장은 일단 만들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에너지 발생원들보다 월등한 생산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절감효과는 증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전후를 살펴본다면 많은 어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데 들어가는 최소비용에는 여러 가지 부분들이 빠져있다.

엄청난 연구비용과 각종안전대책비·대주민 투쟁비 및 홍보비·위험성의 법정기준치에 따른 보험료·크고 작은 피해보상비 등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이다.

거기에 폐기물처리비용과 원전해체비용을 합치면 도대체 어떤 면에서 이익이라는 것인지 언뜻 이해가 안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까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의 절반이상을 핵연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경제성과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이미 너무나 깊이 들어와 버렸다.

경제성에 대한 외국의 사례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발표된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보면 원전의 발전단가는 화력발전소 등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로 미국의 워싱턴 전력회사는 원전건설에 들어간 20억불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300억불의 채무를 아직도 못 갚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원전이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때문에 원자로 수출은 계속했지만 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단 하나의 원전도 착공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9년 민영화과정에서 다른 발전소는 팔렸으나 원전만은 그러지 못하였는데 이는 은행측에서 핵연료의 비 경제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영국 하원의원 조사위원회가 1990년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석탄은 1kwh를 생산하는데 약 4펜스가 드는 것에 비해 원전은 약 5펜스가 든다고 나와있으며 1990년 그린피스가 펴낸 보고서에는 영국의 원자력발전소를 경제적인 이유만을 고려해서도 모두 폐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전력의 70%를 핵연료를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프랑스에서 내놓은 통계자료에도 원전이 화력발전보다 값싸게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전력생산을 책임지고있는 국영 프랑스 전력공사는 약 350억 달러(약 28조원)나 되는 외채를 지고 있고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 재정지원을 발전원가에 포함시킨다면 프랑스의 통계도 원전이 훨씬 값비싼 것으로 나올 것이다.

세계은행도 이 같은 비경제성을 인정하여 원전에 대한 투자지원을 하지 않기로 1992년 공포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로 비춰볼 때 최근 세계각국에서 원전사업이 중단되는 실제적인 이유는 위험성뿐 아니라 이 같은 비효율성과 재정난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으리라.

대체에너지…

70년대 중반 이후 활기를 띄기 시작한 대체에너지 연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너지청에 따르면 태양·대지·해양 등 자연계에서 유입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양이 현재의 화석연료 및 핵연료 총보유량의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정부관련연구소들은 오는 2030년에 이르면 미국 에너지총소비의 절반 내지 3분의2가량을 대체에너지가 감담 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을 내다본다면 대체에너지연구에 박차를 기해야만 한다.

깨끗한 자연환경, 후손들에게 물려줄 재산 등의 말을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향후의 나라경제를 위해서는 더더욱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대부분의 화석에너지원을 외국에서 사다가 쓰고 핵연료를 사이에 놓고 정부와 주민들이 갈등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계획 아래 대체에너지개발 및 활용범위를 넓히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차피 먼 앞날을 내나본다면 태양열·태양광·풍력·지열·수력 등 무한정 펼쳐져 있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나 한전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인정하고 있다.
허나 현재의 경제현실과 아직 정착되지 못한 대체에너지개발기술을 언급하며 한쪽으로 살짝 물러나 있는 모양새이다.

어떤면에서는 당장은 현재 활용 가능한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에너지사업에 투하되는 정부의 예산이 원전1기 건설에 쓰이는 비용의 수십 분의 일에 지나지 않고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추세는 커녕 떨어지고 있기까지한 현실은 많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설사 위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차후에 또다시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다툼을 벌일 것인가.

전면적인 에너지정책의 전환이 없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도 요원할 것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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