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설과 한파에 사방이 꽁꽁 얼어붙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의 옷차림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2월도 중순을 향해 달리는 늦겨울 날씨, 기세 등등하던 동장군은 힘을 잃어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양손 가득 벌리고 우리지역을 급습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듯 하다.

교동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있는 김현미(32)씨는 요즘 들어 말이 부쩍 많아졌다.

"이런 날씨야말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니까요. 기온이 풀어지고 밤낮의 온도차가 심해질수록 우리 몸은 저항력의 밸런스를 잃어버려 쉽게 아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일까? 그녀의 주위에는 요즘 들어 팔다리며 어깨를 주무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금새 굳어버린 찌뿌둥한 몸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김현미씨는 살짝 옆으로 다가가 속삭이듯 한마디를 빼놓지 않는다.

"저기요. 몸을 주무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풀어주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답니다"

몸이 굳는 것 만큼이나 마음도 딱딱하게 뭉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있는 그녀는 피곤하거나 아플 때 자신만의 또 다른 맛사지법을 빼놓지 않는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응어리져 뭉쳐있는 마음의 부위를 찾아내는 것이에요. 그리고 좋은 생각과 자기반성으로 하나하나 부드럽게 눌러주지요. 아참!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코 성급한 자학으로 너무 세게 부위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부드럽게, 천천히, 절대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다가가는 것이지요"

오랜 시간동안 자신과 함께 한 맛사지법인지라 이제는 자칭 전문가수준이 다되었다고 자부하는 그녀다.

"응어리가 풀어졌다고 느껴질 때는 숨을 깊게 내뱉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괜찮아요. 아,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에요. 적당히 자신만 알만큼 천천히 숨을 마시고 뿜어보는 것이지요. 으깨져 가루가 되어버린 마음의 찌꺼기들이 배출되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72년생인 그녀는 아직 미혼이다.
주변에서는 적령기가 지났는데도 왜 하지 않느냐고 의아한 눈길을 보내기도 하지만 절실한 기독교인인 김현미씨는 시종일관 여유롭기 그지없다.

물론 독신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다만 아직은 인연이 오지 않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느님께서 천생배필을 내려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의 맛사지를 하면 가장 좋은 것이 뭔지 아세요? 음… 일단 몸을 안마하면 혼자만 시원하잖아요. 하지만 마음을 맛사지한 사람은 밝아지고 편안해진 느낌을 온몸 가득 안고 다니기 때문에 옆에 사람들까지 유쾌하게 만들 수 있지요. 좋은 기분의 최대장점은 바로 그 전염성에 있기 때문이지요"

힘든 어린이집 일과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워낙에 아동들에 관심이 많은지라 또 다른 방법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있는 것이다.

"여러분, 봄이 다가오기 전에 얼른얼른 마음을 풀어주세요. 그러면 더욱더 산뜻해진 마음으로 봄을 맞을 수 있을테니까요"

마음을 맛사지하는 그녀에게 봄은 이미 훌쩍 다가와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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