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 뭔가 하나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한 시간만 게을러지자는 것이에요"

김제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고있는 문남윤(24·공덕 명천마을)씨는 요즘 들어 게을러지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기상과 함께 정신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머리를 맡기던 작년과 달리 아침에 일어나면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느그적 느그적 걸음을 옮겨 텔레비전 리모콘부터 찾는다.

한 십분 정도 텔레비전프로에 빠지다보면 멍했던 머릿속은 점점 맑아지고 어느새 깨어난 세 살 배기 조카 성우가 엉금엉금 다가온다.

장사를 하는 언니가 요즘 들어 부쩍 바빠진 관계로 친정에서 잠시 아이를 맡고있는데 덕분에 조카와 놀아주는 것은 거의 문남윤씨 몫이다.

"성우야, 이리와"

누운 자세 그대로 조카를 번쩍 들어 위아래로 흔들며 얼르다 보면 양팔이 묵직해지는 것이 운동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가끔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으면 고사리 손으로 배를 두들기는 모닝콜(?)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그렇게 십분 이상을 조카와 놀다 화장실에 들어가 미지근한 물에 세면을 하고, 전에는 마음 급해서 대충했었던 머리손질이며 화장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그리고 가벼운 아침식사까지…

문남윤씨가 이렇게 게으름을 만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또 다른 부지런함이 자리잡고 있다.

아침의 느긋함을 위해 전보다 기상시간을 한시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렇게 일과를 시작하면 하루가 얼마나 여유로운지 몰라요. 마음까지 넉넉해져서 다른 사람에게도 더 친절해지고 웃음도 많이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그녀는 마냥 여유를 즐길 상황이 아니다.

그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던 선배 박성순지도사(32)가 이번 달을 지나 그만둘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갓 1년 차를 맞이하는 막내급 청소년지도사에게는 앞으로 남겨진 짐들이 마냥 무겁게만 느껴진다.

"저 혼자 이곳을 맡아서 하게될지 아니면 밑으로 후임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제 책임이 부쩍 커진 것만큼은 변함없는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제는 좀더 분발해서 열심히 하는 수 밖에요"

밀려드는 부담감에 대한 대비책의 하나로 아침의 여유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그녀는 청소년문화의집 지도사들 중 유일하게 우리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때문에 누구보다도 지역과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경험도 일천하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거에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주어진 환경은 그녀를 훌쩍 크게 만들어 가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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