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전 전국농민회 사무총장



쌀 재협상의 흐름

WTO 출범 이후 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쌀에 대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국내 쌀 소비량의 4%(올해에는 소비량의 4% 20만5천톤인 144만섬이 의무 수입량)를 적용받았다.

쌀 재협상은 WTO농업협정 부속서 5조1항에 근거하여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국과 쌀 관세화유예 연장협상을 해야 하며, 이미 정부는 지난 1월 20일 WTO사무국에 쌀 재협상 의견를 보냈다.

협상 대상국은 미국, 중국, 호주, 일본, 필리핀등 9개 나라가 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 되어진다.

결국 쌀 개방은 수출국의 입장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예상되고, 우리정부 의지가 개방을 최소화하는 협상전략이 요구되지만 언론을 통해 나타난 정부입장은 의무도입량 쌀 수입확대 요구가 있을시 관세화로 갈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서 이미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저자세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도하개발아젠다협상(DDA)

2003년 5차 각료회의 하빈슨 의장 2차 초안을 근거로 9월13일 각료회의 폐막 하루전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국가에 대해서도 농산물 관세를 대폭 내리도록 하는 각료선언문 초안이 나와 수출국의 입장에서 개방 확대를 강대국의 힘의 논리로 일방적요구안이 결국 개도국의 반발로 각료회의 무산을 예고하였다.

2차 초안을 근거로 현재 400%인 쌀의 관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5년간 60%를 적용하면 240%가 줄어든 160%가 되지만 그만큼 관세를 매겨 봐야 5배 이상 비싼 우리쌀은 수입쌀과 경쟁할 수 없다.

쌀을 선진국 수준에서 45%의 최소 감축률을 적용해 분석하면 2002년 105만3천ha이던 재배면적이 2010년에 72만2천ha로 줄고, 쌀 수입량은 2002년 15만4천톤에서 2010년에는 83만4천톤으로 5배 이상 증가한다.

쌀 소득은 6조9580억원에서 2조8440억원으로 감소한다.

국내보조금 감축 분야도 쌀 수매보조금이 대부분(90%이상)인 감축대상보조의 경우 선진국 수준으로 5년간 60%를 감축하면 2004년 1조4900억원에서 2010년 5960억원으로 줄여야 한다.

개도국지위를 인정받는다 해도 수입량은 증가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볼 때 올해 쌀 재협상은 민족에있어 식량주권을 얼마나 지켜내느냐 하는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멕시코 칸쿤에서의 5차 각료회의 초안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다 해도 우리나라는 농업에 치명적인 안이기에 정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함에도 오히려 협상타결이 될 수 있도록 찬성입장을 밝힌 것은 농업을 포기하고, 공산품 수출중심에 재벌들의 이익에만 충실하면서 미국의 입장에 맹목적으로 찬성한 노무현정부의 개방정책은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멕시코 칸쿤에서 WTO반대 투쟁에 농민, 노동자, 민주단체 200여명의 참여속에 이경해 열사의 자결은 세계여론의 동조속에 전 세계 NGO단체들의 거센 저항과 개도국의 반발로 결국 협상은 무산되었다.

미국은 WTO회원국에 서신을 띄워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각국에 로비를 하고있지만 년내 협상타결은 불투명하다.

쌀 재협상의 전망

쌀 재협상은 4월20일까지 쌀 대상국이 협상의사를 표명하면, 9월20일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WTO에 최종적으로 수정 양허안을 정부가 제출한다.

현재 미국에서만 협상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후 12월30일까지 WTO 협상국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며, 이의가 없을시 협상타결이 된다.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 유예연장은 국내 소비량의 4%수입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세계 언론을 통해 한국의 개도국지위인정 불가를 선포하면서 협상의 유리한 조건속에서 쌀 개방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의 장점은 정부가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의 쌀 수급조절이 가능하고, 관세화에 비해 국내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으며, 재고물량에 따른 문제점은 정부의지에 따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화 유예를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각국의 의무수입물량확대 욕구가 예상되며, 필리핀은 자국의 장립종을 한국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관세화 요구도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등 자포니카계 쌀 생산국 역시 자국의 쌀 수출을 위해 쌀 수입의 의무도입물량확대와 관세화 유예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협상은 민족농업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협상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문화요, 혼이다.

쌀 재배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가장 적합하여 홍수조절, 토양유실 방지, 대기정화, 생태계보전등 환경을 보전하는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크다.

쌀이 없는 민족의 통일은 허구에 불가하다.

그만큼 쌀은 우리에게 소중하며 아시아를 이해하는 정치경제학자는 "아시아에서 쌀은 정치이다"라고 말 함으로써 쌀이 갖고 있는 역사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의 쌀을 경제적 측면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식량 종속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