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금구면 동면지역이었던 대화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대장리, 오양리, 동화리의 일부와 전주군 이서면의 앵곡리일부를 합하여 대장과 동화의 한 글자씩을 딴 이름으로 김제군 금구면에 편입되었다.

현재 금천, 장항, 대야, 등사멀, 마전의 5개 마을로 구성되어있으며 노루고개, 대율저수지 등을 끼고있다.

동학혁명을 피해온 창원구씨 일가가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는 장항마을.

마을의 이름이 장항이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마을북쪽으로 노루처럼 생긴 산이 있는데 장항마을이 있는 지점이 노루의 목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에 노루 장(獐)자와 목 항(項)자를 써서 이름 붙여지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는 '너른목'으로 불렸는데 한자로 적는 과정에서 '장항(粧項)'으로 바뀌었다는 의견도 있다.

좋은 산세와 지리, 하지만 현실은…

전형적인 구씨들의 집성촌답게 대율저수지가 완공되기 전인 1963년 전까지만 해도 장항마을에는 50세대가 넘는 창원구씨 일가가 모여 살았다.

하지만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논밭이 물 속에 가라앉는 등 농토가 줄어들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고 현재는 장항마을의 총 세대수인 26세대의 절반정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우거진 장항마을은 풍경하나만큼은 어디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외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은 장항마을의 수려한 경관에 감탄성을 내지르기 바쁘다.

이장직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나이로는 마을에서 거의 막내급이라는 구규태(60)씨는 "처음 혹은 가끔씩 오는 사람들은 마을에 오면 경치가 좋다느니 명당자리가 많다느니 하는 소리들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며 "아무리 산수가 좋고 맑은 정기가 흐르면 뭐하겠는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다 버려놓는 것을…"이라는 말과 함께 혀를 차는 모습이었다.

현재 장항마을은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로 말미암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율저수지가 낚시터로 각광받으면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낚싯꾼들이 찾고있는데 그들이 돌아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쓰레기가 남고 있는 것.

해가 바뀌고 또 바뀌어도 이런 행태들은 변하질 않았고 덕분에 저수지인근을 포함한 산과 마을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쓰레기 줍기에 여념이 없다는 구병철(67)씨는 "자잘한 쓰레기는 그럭저럭 이해한다지만 텐트며 이불 등을 통째로 내팽개치고 가는 사람이나 밤에 몰래 와서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시청에서 한 달에 한두번 청소를 해주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수십년째 마을에서 살고있다는 심기경(72)씨 또한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말라고 이장이 시청에 가서 직접 경고표지판을 가져다 곳곳에다 박아놓기도 했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그 옆에다가 쓰레기를 갔다놓는 사람들까지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아예 우리마을은 무슨 쓰레기 버리는 곳 같이 인식되어지는 것 같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여름철이 되면 관광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낚싯꾼들이 몰려와 좁디좁은 마을길은 주차장으로 변하고 일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마을전체를 자기 집 안방 마냥 휘젓고 다녀 노인들이 전부인 장항마을에는 공포감마저 조성된다고 한다.

산너머 전주 쪽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저수지로 유입되고 주변의 쓰레기는 치우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저수지 상태 역시 온전할 리가 없다.

낚시를 즐기는 외부인들은 많을 망정 정작 당사자인 마을사람들은 절대 저수지에서 나온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웬만한 도시 못지 않게 오염도가 심해지는 장항마을 저수지 주변에 대한 강력한 단속의 손길이 요구되고 있다.

주소는 김제, 생활은 전주?

완주와 김제의 경계선상에서 끝자락에 위치하고있는 장항마을은 주소는 김제이면서 생활권은 전주인 묘한 형태를 띄고 있다.

구이남(65)씨는 "우리 마을 사람들 중에는 김제시청을 찾아가라면 절반정도는 아직도 상당히 헤매는 편이지만 전주시청은 내 동네 같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며 "특별히 서류 같은 것을 떼러가지 않는 이상 모든 생활은 이미 전주권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장항마을사람들이 전주를 가려면 800원을 주고 버스한번이면 되지만 김제시내로 들어가려면 우선 금구면내까지 기본요금을 주고 버스를 타고가 다시 시내까지 1100원을 지불하고 갈아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직통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아침과 저녁 두차례 뿐인지라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금전적, 시간적인 면에서 모두 전주가 편하니 마을사람들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

각 마을마다 고령화현상이 심하다지만 올해로 환갑인 구규태 이장이 막내인 현실은 조금은 심한 편이다.

거기에 워낙 시내권하고 멀리 떨어져있어 시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받고있는 관심에서는 사실상 멀찍이 떨어져있는 상태.

주소는 김제, 생활은 전주인 모습이 오래될수록 장항마을은 점점 우리지역에서 멀어지기만 할뿐이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