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살아있고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생기가 넘쳐흐른다.
시내권답게 많은 상가가 존재하고있지만 밀집도는 낮은 편이며 유달리 많은 골목은 변두리냄새를 물씬 풍기면서도 사방의 도로로 통하는 샛길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넘쳐남에도 아파트 한채 없는 묘한 대칭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
용성의 옛 이름은 '나무전거리'였다.
연탄이나 석유가 흔하지 않던 시절,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난방시설도 온돌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나무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땔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용성에는 소나무잔가지나 솔잎, 억새풀, 갈대 등을 말려 지게에 짊어지고 나와 파는 나무시장이 매일같이 섰다.
각 면이나 마을사람들은 나무를 사려면 응당 용성으로 몰려들었다.
때문에 '나무전거리'라고 했었고 지금은 용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서낭댕이라 부르던 곳
토지와 부락을 수호하는 신을 성황신이라고 하는데 길가의 큰 나무 아래나 사당이 성황신의 거처가 되며 이런 곳을 성황당이라고 한다.
용성마을은 과거 '서낭댕이'라고 불려졌다.
성황신의 거처가 되는 성황당을 소리나는 대로 부르다보니 '서낭댕이'가 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성황당을 지나는 사람들은 돌멩이를 정성껏 올려놓고 지나가는데 이는 성황신에게 재난을 물리쳐주고 복을 내려주기를 빌며 아울러 소원성취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행동이었다고 한다.
중국고대의 성지신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원이 확실치 않은 편이다.
전 김제 군지(郡誌)를 보면 군의 동쪽 2리 지점에 성황사가 있었다고 적혀있으며 오랫동안 요촌동에서 살았다는 노인들의 말로는 현 김제초등학교와 중앙초등학교 사이에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사잇길이 있는데 그 중간지점에 성황사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이 일대가 '서낭댕이' 또는 '성황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서낭댕이' 마을은 상당히 큰 편이었던지라 용성 뿐만 아니라 옆쪽의 성황마을까지 같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유동인구, 정확한 세대수 의미 없어
현재 기록되어있는 바에 의하면 용성은 겨우(?) 170세대를 넘어서는 정도의 인구밖에 가지고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용성에서 하루에 움직이는 유동인구는 사뭇 엄청나다.
지역내 초등학교 중 가장 크다는 김제초등학교와 중앙초등학교가 더불어 있는 속칭 '김제의 노른자 학군'인데다 시장의 일부까지 끼어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곳곳으로 통하는 지리적인 요건은 정말로 많은 이들의 출입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도로변 쪽에만 해당되는 사항일 뿐 명랑이발관 방향 골목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차량의 소통이나 사람들의 이동은 종종 있지만 잦은 편은 아니고 노인회관을 비롯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도 사뭇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 때문인지 정년퇴임한 공무원들이나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아파트가 없는 탓일까?
용성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사는 토박이가 적다는 것이다.
상가 아니면 골목방향의 밀집주택들이 많은 까닭에 젊은 부부들이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점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때문에 용성의 토박이들 대부분은 나이대가 많은 노인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용성의 자랑 '노인회관'
지난 2000년 완공된 노인회관은 용성의 가장 큰 자랑거리중 하나이다.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제대로 된 휴식처 하나 없는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노인회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날이 회원들이 늘어가 현재는 언제나 사람이 붐비는 곳이 되었다.
노인회관에서는 매월 20일,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얼핏보면 다른 마을에서 하는 점심대접과 별반 다를바 없지만 용성에서는 조금 다르게 하고 있다.
본인도 노인이면서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챙기고있는 김지순(71)씨에 따르면 "우리동네에서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하는 행사이기는 하지만 구태여 우리식구들만 챙길 생각은 없다"며 "다른 마을 사람들은 물론 지나가는 젊은이들까지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국한사발을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노인회관에서는 자신들의 마을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정겨운 웃음으로 맞아주는 따뜻한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주민인 반상호(64)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마을에 노인회관을 세우기 위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특히 통장님을 위시한 중년층 이상 주민들의 노고는 말도 못하지요. 한때는 박스나 신문지 등 파지를 주우러 다니던 생활이 일상이던 때까지 있었으니까요"
당시 마을주민들이 박스를 팔아 번돈은 무려 380여만원으로 이렇듯 피땀어린 정성이 여려있었기에 노인회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주민 이귀숙(53)씨 역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시골마을보다 시내권에 사는 노인 분들이 더 편할 것으로 알지만 정이나 유대관계 등을 살펴보았을 때는 오히려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웬만한 시골마을 못지 않게 정이 넘치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원택후보 제22대 국회의원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