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산·인력 투입에도 실효없이 먹고 놀자판-

-특산품 판매 등 김제시 이미지 제고 기회 삼아야-


-공 들여 행한 준비작업-


벚꽃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 김제시는 전군간 도로 백구면 유강검문소 옆 폐도부지를 행사장으로 매년 ‘벚꽃축제’를 실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달 10일부터 22일까지 행사가 열렸고 이 기간동안 무려 20여만명의 인파와 차량 2만여대가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시는 잠정 집계하고 있다. 나뭇가지 가득 만발한 벚꽃의 장관과 더불어 풍성한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를 제공해 준 ‘야시장’의 톡톡한 역할에 힘입어 이번 벚꽃축제는 여느때처럼 재미있고 즐거웠던 축제로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가 오고 갔다. 행사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까지 시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최도시 불명의 축제-


행사시작을 한달여 앞두고부터 시는 각 부서별로 미리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가져왔다. 기획감사담당관실에 의해 행사의 전반적인 운영내용이 담긴 ‘2000년도 상춘대책 추진계획’이 세워진 뒤 시청 각 부서는 맡겨진 업무내용에 따라 야시장 운영자의 공개입찰, 주차장 설치 운영, 주변환경 정비, 야시장 진입로 계단설치, 부대시설 설비, 전기 및 전화 가설 협조요청 등의 해당 업무를 착실히 준비해 나갔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도 시는 매일 21명씩의 공무원을 투입해 종합상황실의 운영에 들어갔으며 이동진료반 운영, 불법상행위 단속, 질서유지, 주차안내 등의 요소요소에 배치돼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이끌었다.


이번 벚꽃축제를 위해 소요된 예산은 모두 2140만원 정도이며 이 행사에 쏟은 공무원들의 노고까지 치면 그러한 예산규모와는 별개로 시가 이 행사에 쏟은 수고가 적지 않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뜨거운 감자, 야시장-


　이번 축제기간 동안 행사장을 다녀간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고 별 탈 없이 상춘객들의 좋은 반응속에 행사가 마무리 되었으니 이번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평가할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결과론적으로 이번 축제를 통해 김제시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이 부분에 이르면 그 속에 감춰진 모순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벚꽃축제는 김제가 주관하는 행사이지만 사실 김제와는 너무 거리가 먼 행사인 것이다. 먼저 벚꽃놀이를 온 사람들 중 이 행사가 김제시에서 주관한 행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심지어 행사장소가 김제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벚꽃축제 현장에는 김제를 알릴 만한 상징물이나 안내판이 그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았고 김제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도 부재하다.


야시장에 들어선 120여동의 상점 중 하다못해 지평선쌀이나 금산송주 등의 향토 특산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단 하나도 없는 점도 무색무취의 축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행사를 대표하는 공식명칭이 없는 점도 문제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이 행사를 부를 때 공식명칭없이 ‘유강리 벚꽃잔치’, '번영로변 상춘대책’ 등 제각각이고 야시장 입구에 세워진 아치에는 “전군도로 벚꽃축제”라고 쓰여 있어 상춘객들의 혼동만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모순들은 벚꽃축제를 주최 불명의 애매모호한 행사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김제홍보 위한 계기 삼아야-


또한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야시장의 바가지 요금과 사행성 오락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시장 입점상점이 자릿세 명목으로 지불하는 액수가 2백~3백여만원인 점이 이러한 사행심과 바가지 요금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가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기 위해 야시장 분양권을 특정 개인에게 위탁하는 것에 있다.


시는 올해 벚꽃축제를 앞두고 지난달 21일 시청 세정과에서 공개입찰을 열어 야시장 분양권을 관내출신의 업자에게 3270만원에 낙찰했다. 이 금액은 시가 이 행사에 들인 2140만원보다 많은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1천여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이러한 편리함과 재미에 취해 시가 야시장 분양을 액수의 개념으로 몰고 가면서 분양가는 당연히 치솟게 되었고 이러한 부담은 상춘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98년의 경우 벚꽃축제시 야시장을 전면 불허했으나 노점상들의 거센반발과 야시장이 없으면 행사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99년부터는 다시 야시장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차피 들어서야 할 야시장이라면 천편일률적인 먹고 놀자판이 아닌 “중소기업 상품전” 등의 보다 생산적인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너무 절실한 형편이다.


시로서는 가을에 지평선축제도 있는데 또 다른 대규모 행사를 주관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일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벚꽃축제에 쏟아붓는 시의 행정력이 결코 작은 부분은 아니며 문제는 오히려 시가 벚꽃축제를 김제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느냐 하는데 있다.


시는 올 가을 제2회 지평선축제를 통해 김제의 이미지를 드높이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그 지평선축제와 비교해도 벚꽃축제는 훨씬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평선축제가 풍부한 볼거리 등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한계성에 부딪치는 것에 비해 벚꽃축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벚꽃이라는 매개물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어차피 모여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김제라는 상품을 끼워파는 정도의 수고만 더하면 되니 이보다 수지맞는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게 포장한 지평선쌀을 싸게 공급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시홍보전단이나 플래카드를 통해 행사장 군데군데에 김제의 흔적을 새기는 적은 노력 만으로도 행사장을 오가는 상춘객들에게 최소한의 홍보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이왕 시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행사인 만큼 적어도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김제’라는 단어를 머리에 심고 가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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