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전 전국농민회 사무총장)


누구를 위한 쌀 재협상인가?

정부는 쌀 재협상을 위해 9개 나라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의 쌀 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쌀 관세화 유예연장을 위해 미국과 가진 첫 협상에서 우리나라 시장에 자국산(미국) 쌀의 실질적인 시장접근의 요구와 수입쌀의 용도를 가공용으로 한정하여 수입한 것을 식용으로 전환하여 소비자가 직접구입 할 수 있도록 미국은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는 가공용으로 한정하여 국내 쌀값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체계를 무너뜨리고 자국 쌀의 시장점유를 통하여 우리 쌀의 생산기반을 축소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이 밀가루를 무상으로 원조(밀수입 99%) 하였던 것은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지원하였다.

쌀 재협상이 진행되면서 각 국은 자국의 쌀을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요구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바라 볼 때 쌀 시장개방의 폭은 확대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협상은 우리농업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쌀 농사 위기에 위기

지난 5월 1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 추곡수매가격을 4% 인하하고, 수매량도 작년에 비해 4만석 줄어든 516만석을 수매하기로 입장을 결정하였다.

쌀 재협상이 진행되는 시점에 수매가 인하방침은 농민의 한 사람으로 납득하기 보다는 쌀 농사를 포기하려는 정부의 의도로 여겨지고 있다.

쌀 재협상이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를 받든 쌀 개방은 확대된다.
협상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제 곡물 메이저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의 80%이상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쌀 농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농민들은 이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작목 전환이 이뤄질 것이며 쌀 생산면적은 축소될 것이다.

우리의 농업구조는 가족농과 전업농으로 구분되고 있다.

평균 쌀 경작면적이 1.3ha(4500평)으로 다른 나라(미국은 평균경작면적이 190ha)와 생산면적이 다르다.

이는 가격경쟁에서 결코 우리 쌀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쌀 생산비의 46%가 토지 용역비로 지출되는 것은 미국의 6배, 중국의 10배 이상으로 가격 경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건 불리 지역을 중심으로 휴경 논이 늘어나면서 결국에는 쌀 농사 포기로 이어진다.

이같은 상황에 우리 농업은 고품질 쌀 생산과 친환경유기농 쌀 생산이 늘어나고 생존을 위한 다양한 생산체계로 변화될 것이다.

하지만 고품질 유기농 쌀까지 수입이 확대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우리식탁 안전한가?

현재 수입되고 있는 농산물은 유전자 조작식품(GMO)과 구분없이 우리 식탁을 장악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거나 해충을 이기기 위하여 자체 독소를 만들어 내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GMO식품은 콩과 옥수수이다.

미국으로부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위험성이 검증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값 싼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결국 수입에 의존(쌀을 빼면 식량자급율이 5%밖에 안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콩과 옥수수는 가축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각종 산업용 기초원료(비료, 비타민, 항생제, 의약품, 화장품, 비누, 토코페롤 등)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결국 우리의 식탁은 유전자 조작식품이 차지하게 되고 안전한 식생활 보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은 지금의 농업 현실과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위기에 노출된 지금의 농업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身土不二(신토불이)'의 뜻을 다시 한번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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