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지 않은 삶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만의 복귀를 기다리며”


사람들의 모든 출발의 원점에는 땅과 물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으로 상징 지어진 생명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백산제… 그래서였을까? 김제를 무대로 하거나 혹은 김제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소설이나 드라마 가운데 유독 백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윤흥길 원작의 '완장'이라는 소설에서였다. 소설속의 주인공인 '종술'은 지금의 김제 백산저수지에서 양어장지기를 하는 완장 찬 모습으로 나와서 서푼어치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징성의 권력무게'를 보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김제를 대변하는 저수지가 바로 백산제이다. 일명 ‘관망대저수지’라 불렸던 그 백산제에는 예전의 위용은 아니지만 여전히 관망대가 존재해 있고, 발품 팔아 들렀던 계단에는 지금은 가끔 연인들의 차량이 오갈 정도의 한산함이 배어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은 제가 언젠가 말했듯이 세상 어디선가 자리 잡은 낯선 이방의 삶이 고단해질 때, 귀향을 생각하게 하는 ‘회귀로의 모티브’를 주는 곳이다.

8월의 녹음이 무성한 호수주변에 그 많던 물오리떼는 없지만 내 모든 출발의 원점인 땅과 물처럼 그들 물오리떼는 분명 돌아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백산제 주변에는 많은 것들이 살아있다. 난립한 러브호텔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별미음식이 제격이라는 은빛가든, 그리고 팔봉도예, 타조농장 등 다른 저수지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많은 문화적 장치들이 대거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 필자가 감동하는 곳은 ‘빠뽕(PATPONS)' 이라는 태국풍 카페이다. 백산제 바로 물가에 자리잡기도한 사연도 있겠지만 이순의 노부부가 황혼의 삶을 여기서 나지막하게 이어갈려는 ’사람의 풍경‘이 있어서 더욱 좋다.

처음 맞아보는 태국풍의 음식도 그렇지만 주문 끝에 이어 나오는 그들 부부의 덕담이 찾는 이들의 추억만들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또한 일몰의 평야가 쉽게 저물지 못하는 ‘시간들의 몸부림’이 창밖에 투영되는 아름다움이 있기도 한 곳이다.

더러는 앙드레 가뇽의 <바다위의 피아노>를 듣는 것처럼 눈을 감게도 하고, 때로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듣는 것처럼 마주 앉은 연인의 손을 잡게 하고픈 곳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산다는 것’에서의 일탈이라 가정해도 구체적인 한때의 위로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빠뽕은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이제 돌아올 물오리떼의 군무를 기다리며 백산제 가장자리에 서보기로 하자.

그러면 차마 회귀하지 못하는 사람의 삶보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복귀가 왜 가슴에 와 닿는지 김제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글-오병환 기자, 그림-김영미 화백 obh@gjtimes.co.kr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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