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에서는 차근차근 가정을 일으켜 세우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해영씨(금산 성계리)의 용기와 노력을 귀감 삼아, 우리지역의 비슷한 처지의 저소득층 자활대상자들에게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힘과 용기를 주고자 그녀의 삶의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자활성공체험 당선수기(금상) '투박한 로맨스로의 초대'를 3회에 걸쳐 연제 소개키로 하였습니다.
- 편집자주 -
글쓴이 : 이 해 영 (금산 성계리)
우리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삶과 행복한 가정을 꿈 꿉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고 우리의 사랑을 제약하게 됩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설이나 영화의 로맨스처럼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생각하고 자포자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투박한 로맨스가 훨씬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철이 들어가면서 깨닫게 됩니다. 때문에 나의 삶이 곤궁해지고 슬픔과 피곤이 범벅이 되어도, 실망할 필요가 없고 나에게 주어오는 실패에 주저앉을 필요도 없습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새벽별은 더욱 아름답고 영롱한 것처럼, 예전에 미쳐 몰랐던 ‘희망의 등대’가 내 인생에 다가옵니다.
성당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그림을 보았나요?
오색 빛이 아름다운 성화를 그려내지만 그 안의 조각은 반듯반듯 한 게 아니라 날카롭기도 하고 크기도 다르며 제 나름대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모난 조각’이 네모 반듯 하다면 어딘지 모르게 매우 어색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네모난 조각은 아름다운 성화를 그려낼 수 없을 것입니다. 어색하지만 완벽함이‘모난 조각’에 담겨 있습니다.
자활사업이 내겐‘희망의 등대’였습니다. 때론 어색하고 내가 불행해서 참여하는 것 같았지만 완벽한‘모난 조각’으로 태어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한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자활사업)을 통해서 배운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23살에 결혼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섯 명의 딸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내 나이가 42세이니까 그 시절에는 일찍이 결혼하였다고는 하나 한창 철 모르는 시절에 남편을 만나게 되었던 건 분명합니다. 만난지 한 달 만에 결혼하여 첫째 딸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면서, 처음 2년은 우리 부부에겐 사랑을 나누고 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드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전주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작은 문구점을 하였습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서, 휴일은 물론 평일 오후에도 문을 닫고 놀러가기도 하고, 당시에는 돈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철 없이 굴었습니다.
하지만, 90년도에 들어서 대형 문구점이나 시설 좋은 마켓 등이 집 주변으로 늘게 되고, 학생들의 소비패턴도 시내중심가에서 영화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들렸다가 주변상가 등에서 구입이 이루어져, 저희 같은 동네 문방구는 경쟁력을 상실하였고, 워낙 소자본이었기 때문에 상가를 확장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수개월간 입원하고 둘째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등 많은 돈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문구점을 처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건강한 남편과 살아가면서 커다란 어려움 없이 그 시기를 넘기는 듯 했습니다. 남편이 택시회사에 취직하여 일하게 되고 저도 넷째 다섯째 딸을 낳으면서 나름대로 가정다운 면모는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택시기사 3년이 넘어가면서 처음에는 그저 놀이로 즐겼던 화투가 노름빚을 만들어 갔습니다.
어느새 월급도 가져다 주지 않기 시작하고, 카드회사로부터 돌려 막던 빚도 한계에 이르러, 회사수금원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도 날리고 끝없는 나락으로 빨려든 우리가정은 월세방을 전전하기에 이르렀으며, 남편의 눈빛도 처참하게 흔들리면서 불행이 엄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눈빛은 내 아버지가 갖고 있었던 원망과 실의에 찬 표정이었습니다. 난 어렸을 적 내 아버지를 어지간히 미워했습니다.
일본의 탄광에서 진폐병을 가져온 아버지는 천식이 심해서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들에 무력하기만 하였습니다. 가정을 지켜내지 못한 내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한 체 저희 자녀들과 어머니를 나무랐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때 저희는 버려진 쓰레기자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뒤에 그 아버지를 내 남편에게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박종혁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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