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보건복지부시행 자활성공체험수기 - '금상' 수상작】




글쓴이 : 이 해 영


▣지난호에 이어...

가난해도 밥은 해먹는 시대에 수제비를 끓여먹고, 차비가 없어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으면서, 학용품이 없어 그냥 학교로 보낸 아이들의 뒷모습 보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건 단순히 남편이 경제력이 없고 무력하며 싫었기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사랑하고, 목숨까지도 주고 싶은 애정을 갖고 있지만 남편을 아우르고 설득하고, 또 애원한다고 해서, 내 눈물겨운 희생으로도 남편이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아버지를 통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강해야 합니다' 남편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기회는 강한 사랑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결심을 남편에게 말했을 때 남편은 충동적으로 폭력을 휘둘렸지만, 확고한 나의 결심을 알게 되었던 남편은 이내 당황하고 수일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속 차리지 못하고 허망한 일을 도모하면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씻지 못할 아픔을 남길 것인가?' '내가 지금 마음을 잡는다고 하여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좋아하던 술까지 끊고, 베갯잇 적시는 남편의 눈물을 보면서 이 인생의 고비를 함께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가까운 동사무소에서 혼자 살 것을 염두해 두고, 국민기초수급권에 대한 상식과 절차를 상담해 왔기 때문에 남편의 변화는 나에게도 힘이 되었고 내심 환영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남편은 운전과 도박을 하면서 잘못된 자세로 허리디스크를 심하게 앓게 되어 퇴직할 수밖에 없었지만, 차라리 제가 원하던 바였습니다.
도박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함께 교회에도 다니기 시작하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가 옛 습관과의 완전한 단절을 시도하였습니다.

7인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60여만원 정도 밖에 안되었던 남편의 수개월분의 월급명세서와 의사진단서, 그리고 어떤 조건을 부과 받더라도 자활의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면사무소 사회복지사를 찾아 갔습니다.

수급자가 되어 박봉이었지만 가까운 육가공공장에서 임시직 직장생활을 시작할 것과 남편이 지금은 일할 수 없지만 건강을 찾아 노동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고 취업을 통해서 성실히 자활을 도모할 것을 조건으로, 그 해 수급가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남편도 수 개월후에 일일노동 등을 통해서 6천만원이 넘는 빚에 대한 이자만이라도 납부하게 되었고, 내 수입과 보충적인 생계급여 때문에 최저생활은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류독감 등의 가축 질병으로 3년 만에 임시직 직장을 잃고 사회복지사의 안내에 의해 수급자 4년차가 되던 해, 근로유지형 자활사업에 참여하였습니다.

하는 일들이 거리의 풀을 뽑고,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 시대에 환경보호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자활사업담당자의 이야기와 격려에 작은 소명감을 갖고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참여해보니 부끄러울 것 없는 떳떳한 일이었고, 참여자들의 자활을 향한 공통된 목적의식은 자활후견기관 참여자 못지않게 활력이 있었습니다.

전 우리가정이 수급자로 보호를 받는 거나, 이렇게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마치 보육을 받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스스로 힘으로 살 수 있는 자생력이 없을 때, 부모가 도와주듯이 우리가정이 위기에 처해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정부의 적절한 자활지원을 통해서 최저생활 유지뿐 아니라, 차츰 독립되어가는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득이 적어진 건 사실이지만 생계비가 수입을 감안하여 늘었기 때문에 생활은 유지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자활이라는 낱말을 생각하다보니, 남편에게 택시운전경력도 있는데 육체노동에 기인한 단순일용직이란 매우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대형면허를 취득하여 덤프라도 운전시키면, 현재보다 훨씬 수월하게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형운전면허 취득을 종용하였습니다.

작년에는 어린이집에 대형버스 운전원으로 취직하였고, 가정방문한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중에 개인회생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고 수급자로서의 처지를 면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박종혁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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