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면 부거리에 위치한 옹기마을.

설렁설렁 이은 슬라브에 검게 그을린 기둥.

길 한켠에 담 대신 높이 쌓은 장작들.

옹기를 많이 만든다 해서 불리어졌지만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이 한 겨울 마을의 모습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만 하다.

마을이름이 옹기마을이라고 옹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이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무너졌다.

단지 옹기를 굽는 가마 2개가 이곳이 옹기마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뿐 옹기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마을 이름으로 불리울 정도로 옹기를 굽는 곳이 많았던 이곳은 한 때 가마터가 6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플라스틱과 생활도자기등이 나오면서 사실상 옹기의 생명이 끝난거죠. 다행히 웰빙으로 인해 옹기를 찾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곳에서 13년째 옹기를 만들고 있는 안시성씨(40)의 말이다.

안씨의 하루는 흙과 함께 한다.

다행히 황산에서 질 좋은 옹기토가 많이 나와 흙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안씨는 질 좋은 옹기를 만들기에 여러가지 작업공정을 거친다.

"옹기는 대부분 서민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색깔이나 모양에 있어서 예술성보다는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작업공정은 도자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황산에서 가져 온 옹기토에 물을 주고, 흙을 치고, 흙속의 공기를 제거하는 등 기본적인 작업공정이 도자기와 똑같죠, 다만 옹기는 한번 굽고, 도자기는 두번 구우며, 옹기가 굽는 온도가 조금 낮다는 것이 다른점이죠"

뿐만 아니라 안씨는 전통적으로 내려온 방식을 이용해 옹기를 만들어가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옹기에 사용되는 유약이 그것이오, 전통적인 가마를 이용해 옹기를 굽고 있다.

옹기토를 성형에 이르는 과정중에 떡방아기계나 토련기(흙속의 공기를 빼는 기계)등 기계의 발달이 수작업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지만 재와 약토를 이용한 유약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유약을 입힌 옹기는 옹기마을의 자랑인 전통가마속에서 옹기로 태어나기 위해 1천도의 높은 열기속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옹기를 만들기 위해 12시간 불을 때고, 12시간 열을 식히고, 다시 12시간 불을 때고, 또 12시간 식힌 후에야 옹기로 태어난다.

하지만 옹기가 나오기까지 노력에 비해 가격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안씨는 단순히 생활속에 사용되는 옹기보다는 전통디자인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킨 옹기를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옹기의 목적은 실용성입니다. 하지만 이젠 실용성과 예술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결국 대량생산을 하는 곳은 실용성을, 소량생산을 하는 곳은 예술성을 우선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정관념이겠죠, 이걸 깨트리는게 제가 해야 할 일 아닌가요?"

현재 안씨의 작업공간에는 찻잔보다도 작은 옹기부터 시작해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30여가지의 옹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현재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서울 옹기민속 박물관, 그리고 옹기를 찾는 개인들의 발길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안씨는 자신이 만든 옹기를 한 곳에 모아 4번의 옹기마을전을 갖는등 실용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옹기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옹기의 매력은 크기의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옹기의 생명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했다면 욕심과 미련을 버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어요?"

김태영  kimty@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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