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측- "합병은 대세다. 거부하면 조합원만 손해다"
반대측- "집행부 무능탓. 구조만 개선되면 자생가능"


관내 13개 농협중 현재 4개 농협이 합병권고나 합병명령을 받은 상태로 일부 조합은 합병절차가 진행중이다.

농촌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합원 1천명 미만의 농협은 우선 정리대상이고,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1988년 스위스 바젤합의를 통해 정해진 BIS(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규제에 따라 총자산액에 대한 자기 자본 비율이 제1금융권은 8%, 그외는 4% 유지가 의무로 되어 있다.

현재 금구농협과 봉남농협, 황산농협이 합병권고 상태이며, 부량농협은 합병명령을 받았다.

황산농협은 합병을 전제로 금구농협과 합병하는 안으로 조합원투표를 시행했으나, 부결됐고, 봉남농협 조합원들도 금산농협과의 통합을 부결시켰다.

황산농협과 봉남농협은 합병대상농협을 선정하지 못했을 뿐 합병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부량농협은 상당수 조합원들이 합병자체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양상이다.

농림부나 농협중앙회의 입장은 점진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영세한 농협은 합병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기준이 강화되므로 올해 합병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량농협이 합병에 반기를 들었다. 부량면민의 자존심과 합병후 올 수 있는 불이익 우려가 표면적 이유다.

그간의 합병 절차와, 합병 찬성측과 반대측의 입장, 향우 전망 등을 다뤄봤다.



합병 절차 진행과정

부량농협은 지난 3월 농협중앙회의 경영진단 결과, 출자금 부족과 설립기준인 조합원수 1천명이 되지 못해 4월 20일 '합병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조합측은 합병보다는 농협의 존치를 위해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출자금의 증액과 조합원 확보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출자금 1억700만원 증액과 조합원이 1001명에 도달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총자산액에 대해 자기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이 기준(BIS규제-국제업무를 하는 은행 8%, 국내업무의 경우는 4%)에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농림부의 조합원 현지실태조사 결과, 71명의 조합원이 정리됨에 따라 합병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합병권고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지난 10월 20일까지 자율합병절차를 이행하라고 촉구했고, 조합측은 김제농협과의 예비교섭을 통해 협조를 의뢰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채, 합병의결을 위한 조합원총회 마저 소집되지 못했다.

결국 자율합병 기한을 넘긴 부량농협에는 지난 10월 24일자로 농림부로부터 '합병명령'이 발효됐고, 합병기한은 내년 4월 23일까지로 통보됐다.

또 예금보호관리기관의 시정조치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규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먹구름이 끼는 가운데 자율합병 기한만이 내년 1월 20까지로 연장됐다.

조합장 선출 여부

한편 현 조합장의 임기도 내년 1월 9일까지 만료되기 때문에 합병을 결정할 경우 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합병을 거부하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태가 됐다.

선거에 따른 조합원들의 비용부담과 선거 후 합병될 경우 차기 조합장에 대한 처우문제, 합병을 거부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말자는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정관에 따라 조합원수 1/10의 서명을 받아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지난 11월 16일 오전 10시 벽량초교 강당에서 총회소집이 통보됐다.

총회안건은 ▲합병 이행여부 결정의 건 ▲조합장선거 실시여부 결정의 건이었다. 총회 소집과정에서 합병 찬성 조합원들은 가두방송과 호별방문 등을 하며 참여를 유도한 반면, 합병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약간의 방해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임시조합원총회 당일, 937명의 조합원 중 참석 서명 조합원은 300여명에 불과했고, 의결정족수 미달로 총회는 성원되지 못한 채 그간의 합병과정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주민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조합장 선거 본격화

합병될 경우 비용만 낭비하는 조합장 선거부터 막아보자는 일부 조합원들의 의도가 무산된 채, 조합장 선거는 일정에 따라 김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 1081만원을 지불하고 위탁됐으며, 시선관위는 오는 8일과 9일 후보등록을 받고 오는 20일 선거를 치른다는 내용의 공고를 내면서 선거가 본격화 됐다.

합병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조합장 후보로 거명되던 이들이 쉽사리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지만 어차피 치를 선거라면, 조만간 입지자가 나설 것으로 보이며, 조합장 출마를 위해 30여년간 다녔던 조합을 사직한 ㅇ씨는 출마가 확실한 상태다.

신임조합장의 처우는?

농협이 현 조합장의 임기중에 합병절차가 마무리 될 경우 조합장에게 통상 3천여만원의 상여금과 잔여임기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조합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대부분 합병에 부정적이어서 임기내의 합병은 희박한 상태다.

그렇다면 신임 조합장이 당선돼서 합병을 원만하게 진행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일부에선 이를 고려해 '합병대상 농협에서 조합장 선거를 한다면 이는 돈을 타기 위한 선거'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도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합병권고나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새로운 선거를 추진했을 뿐더러,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농협 이사회에서 지급을 결정하므로 새로운 조합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일은 만무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단기간에 조합을 재건하면 몰라도, 자칫하면 4년의 임기가 아니라 4개월여의 임기로 단명할 수도 있다.

왜 합병을 찬성하는가?

합병을 찬성하는 조합원들은 다소의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합병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으며, 합병의 경우 조합구역이 넓어지고 보유자본이 커짐에 따라 대량구매의 이점을 살리는 등 대외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합병을 거부하면 자금지원중단과 개인들의 출자금 감소가 우려되지만, 합병을 하면 30억에서 최대 60억을 6년간 무이자로 지원하고 현재의 손실액 전액이 정부에서 지원된다는 것이다. 합병을 거부해서 설립인가가 취소되면 더 큰 재산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찬성측의 주장이다.

왜 합병을 반대하는가?

합병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농협은 면단위 은행이므로 지소로 축소되면 피해가 우려되고, 고액융자의 경우는 본소로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낭비뿐 아니라 시농협은 신용사업이 많지만 부량은 경제사업이 많으므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제농협과 합병되면 조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노조의 힘도 커지고 농민의 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한번 합병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의 부실은 집행부의 무능으로 빚어진 결과이므로, 임원이 바뀌고 구조개선을 모색하면 자생할 수 있는데, 굳이 합병을 해야하느냐는 입장이다.

합병않고 버틸 수 있을까?

농협중앙회는 자체경영진단을 통해 사업규모가 작아서 조합원에게 혜택이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는 영세농협의 합병을 유도하고 있으며, 합병을 거부할 경우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더러 합병을 거부했던 농협도 많았지만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합병한 농협이 대부분이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농협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한 자금력의 중앙회가 신규자금 지원 중단 뿐 아니라 자본을 회수하면, 자기자본비율이 4%에 못미쳐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농협은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명령을 거부한 농협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경우, 농림부나 농협중앙회의 위상도 문제될 수 있을 뿐더러, 추후 합병추진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합병대상농협은 공룡과의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공신이냐, 역적이냐?

부량농협의 합병이냐, 거부냐의 선택은 조합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또 선택에 대한 책임도 조합원들의 몫이다.

합병을 거부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출자금 감소와 설립인가 취소로 조합이 분해될 수도 있다.

또 찬성과 반대측에 앞장섰던 이들도 불과 몇개월 후면 공신이 될 수도 있고 역적이 될 수도 있다. 왜냐면 아직도 상당수 조합원들이 자신의 판단보다는 몇몇 앞장선 이들의 말만 믿고 휩쓸려 갔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부량농협 합병문제로 부량면민간에 이견차를 보이면서 다정했던 선후배간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지역 화합에 금이가는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

그나마 사심이 없었다면 다행이겠으나, 혹시 자리다툼이나 이권을 염두에 두었다면, 고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역적이 될 수 있음을 양측은 잊어서는 안된다.

합병이든 홀로서기든 지역의 분열은 없어야 한다는게 뜻있는 이들의 우려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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