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1시, ‘문학과 역사의 만남’이란 주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와 김제시 아리랑문학관은 1940년대 식민지 시대의 사진과 지도, 유물, 유품, 생활용품 등 원본 사료와 각종 영상ㆍ음향자료, 재현품, 제작설치물 등을 한데 모아 소설'아리랑'의 세계를 집약해 놓은 기획전시회 '징게 맹갱 외에밋들'을 이날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1층 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는 것.
이번 기획전시회의 제목인 '징게 맹갱 외에밋들'은 '김제ㆍ만경 너른 들'이란 뜻으로 '아리랑'의 주무대인 김제평야를 가리키는 말로써 유명하며, 작가 조정래씨는 본문에서 ‘아무리 기를 쓰고 걸어도 늘 제자리걸음 같은 들판’이라고 표현한 바 있었다.
소설'아리랑'은 일제강점기 미곡 수탈이 집중됐던 동진강과 만경강 일대의 곡창지대를 배경으로 해 망국 전야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애환을 그린 대하 역사소설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벽골제내의 기념비 및 아리랑문학관이 건립된 바 있다.
이날 새벽, 전시회장 참관을 위해 급거 상경했던 이건식 시장은 축사를 통해 “김제인의 역사와 저항혼, 그러면서도 침탈의 현장을 재현하는 이런 전시야 말로 크게는 한국인, 작게는 김제의 영혼을 재구성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전시회장은 소설의 구성을 따라 4개 섹션으로 구획되어. 1부는 '아, 한반도', 2부는 '민족혼', 3부는 '어둠의 산하', 4부는 '동트는 광야'라는 제목으로 소설 속 내용과 역사적 사실로 엮어 그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의 척박했던 삶을 사실감있게 재현하고 있다.
우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아리랑'의 원고 분량을 체감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1.5미터 높이의 200자 원고지 2만매가 위치해 있고, 천장에서는 조정래 선생의 인터뷰 영상을 담은 레이저빔이 나온다.
1부에서는 소설이 처음 시작하는 죽산 내촌마을과 김제ㆍ만경평야를 배경으로 침탈의 전야모습을 형상화했고, 2부는 침탈이 본격화하면서 김제평야의 농민들이 땅을 잃고 쫓겨나는 과정과 3ㆍ1운동, 청산리 전투 등 항일독립운동을 재현했다.
이어 3부는 삼일만세운동 이후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문화정책으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대중운동과 이념갈등을 자세히 표현했고, 4부는 일제말 전시체제기의 만주침탈과 친일파의 실상을 독립군의 활발한 활동과 독립과정을 조명한다.
여기에 아울러 보름이, 송수익, 감골댁, 양치성, 방영근, 하시모토 등 각 과정마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의 캐릭터를 입간판으로 설치해 생동감을 더했으며, 일제의 수탈로 땅을 잃고 흩어지는 농민들의 모습을 표현한 100개의 미니어처 등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커미셔너로 참가했으며, 최열 미술평론가와 정윤숙 아리랑문학관 학예사가 규레이터로 참여했다. 또 구성에는 조정래 작가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도움을 준걸로 알려졌으며, 김제에서는 오는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10만 재경출향인을 상대로한 주최측과 시측의 홍보가 뒤늦은 관계로 이 전시행사에 대한 출향인의 인지도가 낮아 이의 개선이 요구되며, 추후 김제에서의 전시 때에는 보다 김제를 많이 알려주는 전시자료가 필요하다”고 이 날 관람을 마친 출향인들의 이구동성으로 볼 때, 서울전시보다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병환 기자 obh@gjtimes.co.kr
오병환 기자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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