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옥을 통째로 들어 옮기는 엄청나고도 황당한 사건(?)이 얼마전 우리지역에서 일어났다.

교동소재 푸른어린이집(원장 김영곤·예총사무국장) 부지내에 있는 전통 한옥을헐지않고 그대로 자리를 틀어 옮기는 대공사가 지난 8월31일 이루어졌으며, 당시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적인 이목이 집중되었으며,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커다란 화제를 몰고왔다.

올해로 지어진지 71년이 되는 30평 규모의 이 전통 한옥은, 지금은 고인이된 우리지역의 유명화가 오무 김진영 선생이 살던 집으로, 현재는 푸른어린이집 원장 김영곤씨의 소유다.

지난 4월 집과 부지를 구입한 김 원장은 구입직 후, 풍수지리에 정통한 친지로 부터 '앞마당의 한옥집을 헐어 내던지, 방향을 틀어 옮기던지 해야, 앞으로 하는 일이 순조롭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고, 그는 이로 인해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전통 한옥이 너무 맘에 들어 구입했는데, 집을 헐거나 옮기라니, 상상하지도 못한 장애물에 부딪친 셈 이었다. 그렇다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마당에 친지의 조언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김 원장은 한옥을 보존하고 싶은 나머지 수소문 끝에, 지역내 한옥 건축에 풍부한 경험을 지닌 기술자를 찾게 된다. 그 장본인은 박화경(50·현대인력건축 대표) 씨. 허나 건축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단지 한옥에 대한 오랜 경험과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노하우만을 지닌 박씨 였고, 또 사례가 없는 일이어서 김 원장은 공사당일까지도 반신반의 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박씨의 강한 자신감과 꼼꼼한 계획서를 접하고 계약을 결심하고 일을 맡겼지만, 성공을 거둘수 있을 지에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라며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사당일 밑기지 않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먼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옥의 지붕과 기둥만을 남겨두고, 주춧돌과 벽면을 제거해 냈다. 모든 기둥의 밑둥에 쇠로 만든 신발을 끼워 씌우고, 강철빔으로 건물 하부를 모두 연결하여 하나로 만들었다. 강철빔의 밑바닥에 레일 역할을 하는 철근 쇳조각을 깔고, 힘을 가하는 장비로 집을 밀기 시작하자, 집 전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둥과 지붕의 무게가 약 100톤, 하반부를 지탱하는 철재가 80톤, 전체 180톤의 육중한 무게가 밀려 움직이면서도, 기왓장 하나 떨어지지 않고 균열하나 없이 남쪽 대각선 방향으로 2.5미터를 움직여 자리를 잡아 앉았다.

서향에 치우쳐 있던 집이 몇시간 만에 남향집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김 원장은 "지금 기술로는 복원하기 조차도 어려운 전통 한옥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뿌듯하다. 앞으로 실내를 최대한 옛스럽고 전통적으로 꾸며 '한옥체험관'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옛 것을 아끼고, 지키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한편 이러한 형태의 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으며 아직까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생소하면서도 위험이 따르는 작업으로, 당시 화제의 공사장면은 지난달 SBS-TV '세상에 이런일이' 프로그램에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처럼 필요에 의해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작업은 ▶건축비용 및 공사기간의 절감 ▶건물의 원형유지 등의 장점이 있어, 여러 형태로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며, 특히 옛 가옥의 원형유지와 복원에 그 쓰임이 빛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혁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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