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자주 가시나요?

  일 년에 몇 번씩 꼭 가아할 일이 생기지만, 참 가기 싫습니다. 걱정스러워서요. 낯설고 복잡한 거리도 겁나지만,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소통할 수 없는 외계인 같아요. 우선 용산역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많은데, 말을 건네기가 어렵습니다. 무뚝뚝하고 서두르는 사람들뿐인걸요. 하지만 지하철 노선을 몇 번이나 확인해도 막상 타려면,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지 않던가요? 그래서 자꾸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잖아요.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무사히 목적지에 가까이 왔지만, 지리를 전혀 몰라서 또 택시를 탔습니다. 칠팔 분 거리니 시골이라면 운동 삼아 걸어 갈 텐데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기차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봤습니다. 서울 거리를 돌아보는 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차가 밀려서 시간이 늦어졌는지, 기사님이 자꾸 짜증을 내네요. 경적을 눌러대고 앞차에게 멍청하다고 계속 욕을 해댑니다. 정류장 이름이 모두 생소해서 제대로 가는지 불안한데, 버스안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니, 버스에서 내릴 때도 카드를 기계에 대고 내리네요. 시골에서는 타면서만 돈을 내면 되는데, 서울 버스는 내리는 뒷문에서도 확인하느라 연신 삐삐 소리가 나요. 옆 사람에게 물어봤다가, 외계인 보듯 해서 망신스러웠어요. '시골에서 올라왔나 봐요. 여기에 교통카드를 대고 내리면 돼요' 이렇게 웃으면서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지정 좌석에 앉아서야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책상을 펴고 가방에서 물이랑 챙겨간 책을 꺼냈습니다. 기차 안을 둘러봅니다. 한가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전철 안에서도 그랬지만, 모두들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어요. 어쨌거나 기차가 서울을 벗어나자 한가한 풍경이 저를 다독여줍니다. 논마다 줄지어 서있는 모들이 유치원생들처럼 귀엽고요, 유월의 짙어진 신록이 눈을 시원하게 씻어줍니다. 산기슭이나 언덕에 핀 찔레꽃도 환하게 웃어주네요.  초고속 기차가 막 달려가지만 찔레꽃은 계속 피어 아는 척을 해요. 이 땅은 아직 다정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희망을 말해주는 듯해요. 뽀얀 꽃은 얼마나 깨끗하고 순박한지요. 사람들은 무언가를 잡으려고 바쁘게 돌아가는데, 저는 그저 한가하게 바람하고 들판을 노닐 뿐이네요. 누가 바라보든지 말든지 요란하게 자신을 알릴 것도 없고,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자리에서 뽐내지도 않고, 손이 닿은 자리 어디에나 있고요. 

  그를 보니 우리 인간들의 삶이 왠지 부끄러워집니다.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더 움켜쥐려고 뛰느라 여유가 없는 우리에 비해, 뽐내고 자랑하는 허세는 어디에도 없고 그저 수수한 제 꽃을 한껏 피우는군요. 유리가 가로 막은 저 건너편에 있지만 그 알싸한 향기가 코끝에 스칩니다.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 놓고 통화는 객실 밖 통로에서 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좀 떨어진 좌석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립니다. '내가 건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와파가 안 터지는 곳이어서 그러니 데이터를 켜야 한다'고 몇 번이나 목청을 돋우는데 알아들으시기는 하는지... 언제라도 연결이 되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너무 멉니다.

  찔레꽃의 꽃말은 외로움, 그리움입니다. 그것은 소통에 대한 절절한 소망인 게지요. 마음에 닿고 싶으니까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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