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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문기] 사월의 어느 날

김정숙 /  주부·요촌동

 

  전혀 생각지 못한 귀한 모임에 동행이 허락되었다.


  시청 관용버스를 타고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측의 마을과 가정집까지 돌아 볼 수 있는기회였다.

  중국 여행 중 길가에서 보았던 북한의 꽃제비를 가슴에 품고 살다가 피땀 흘린 몇 년 동안의 벼농사를 내 놓았다는 농부! 북측 아이들에게 입히라고 억대의 내복을 마련해 보냈다는 젊은 엄마! 지평선축제 마당에서 모금함을 들고 며칠 동안 성금을 모았다는 평통회원들! 모으긴 했지만 전달할 방법과 경비가 없어 고심하기를 몇날 몇달...
  그들의 염원과 기도가 길이 되었다.

 
오랜 세월 헤어져 살아온 내 핏줄의 서러움은
눈으로 들어와 콧등 시린 눈물이 되고
그대로 흘러 가슴에 옹달샘을 만들었으니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자꾸 자꾸 달려가
손잡고 오순도순 정담 나누고 싶은 것은
피붙이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본능일수 밖에

금강산 계곡을 타고 흐르던 물들은
옥색 크리스탈 조각들의 부서짐 같이 투명하였고
그 물을 얻어 마신 소나무들은
위풍당당한 장군의 기상으로
산하(山河)를 지키는 파수꾼 되어 곁에 섰는데
앞으로, 옆으로, 멀리로 보이는 산들에는
형태도 다양한 기암괴석들이 저마다의 이름으로 모양을 뽐내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호흡을 알아서 조절해주고 있었다.

물과, 나무와, 돌,
그들이 한데 어울려 부르는 노래와 춤은
보일 듯 말듯 멀리서 그들을 품에 안고 있는 설산(雪山)의 지휘에 맞춰
결코 끝날 수 없는 멋들어진 교향곡을 연주 중이었다.

이제 막 무대의 막을 올린 듯 깨끗하기만 한 산하(山河)
조심스럽다 못해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있었다.
버릴게 없어서 깨끗하다니
물이 너무 맑아서 물고기가 없다니
수시로 굳어져 입을 다물고, 동작을 멈추고, 숨바꼭질(?)을 하는 형제들아
제발 바위만은 닮지 말기를...

앙상한 등 쓰다듬어 보아도
가슴 뜨거운 포옹을 할 수 있대도
부족하고 아쉽기만 한데
내가 한발 다가서면 너는 한발 물러서려 하는구나

형제야! 네가 추위에 떨면 나도 옷을 벗겠다.
네가 빈혈로 휘청거리면 내 더운 피를 너와 나누겠다.
아이들의 보호자는 부모이듯이
인간의 보호자는 하나님이란다.
하나님의 형상과 영이 우리의 본질인데
백여 년 살아가는 인간을 하나님으로 잘못 알면
우리 나그네 인생길이 너무나 허망하고 비참하지 않은가.

형제야!
우리 함께 손잡고
따뜻한 화로가 있는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자.

딱딱한 오만의 껍질 속에 잘 간직해 왔던 우리 민족의 고귀한 자존심을
너는 나에게
사랑은 나누고 헌신하는 것임을
나는 너에게 가르쳐서
우리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면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되고
그때에 고통과 죽음을 이겨낸 민족의 부활로
올바르고 강한 나라 되어서
이웃 나라까지 어깨에 맬 줄 아는 가슴 넓은 민족임을
역사 속에 증명해 보이자꾸나.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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