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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씨의 서유럽 여행기(11)중심을 잡고

 1. 떠나면서
 2. 런던(영국)
 3. 파리(프랑스)
 4. 알프스(스위스)
 5. 밀라노(이태리)
 6. 로마(이태리)
 7. 폼페이(이태리)
 8. 카프리섬(이태리)
 9.피렌체(이태리)
 10. 베네치아(이태리)
11. 돌아와서

 

   
▲ 루브르박물관앞에서 남편과 함께
 모두들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네요. 저는 뜸들이지 않고 단박에 대답하지요. 사는 것의 중심을 잡았어요, 라고요. 떠나보니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이더라고요. 삶을 저만치 떨어쳐 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지요. 눈앞에 닥친 일에 급급해서 정신없이 휘둘리며 살고 있데요. 그래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헤아려보게 됐어요. 정말 하고 싶었지만 밀쳐두고 소홀히 했던 일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지요. 

 발레에서 무용수가 제자리에서 수십 바퀴를 도는 고난도 기술을 '휘떼'라고 한대요. 김연아 선수의 스핀장면도 정말 감탄스럽지요. 일반인들은 서너 바퀴만 돌아도 정신을 못 차리는데 어떻게 쓰러지지 않고 그렇게 우아하게 돌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시선집중에 그 비밀이 있답니다. 즉, 한 곳을 정한 후 집중하여 그곳만 응시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무용수가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 휘떼로 중심을 잡듯이, 우리네 인생도 선명한 목표를 꽉 붙잡고 있다면 어떤 난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꿈을 중심에 품고 있으면 팍팍하고 터덕거리더라도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여행은 헝클어진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어요. 당신의 휘떼는 어떠한지요? 

 그래서 여행에서 가지고 온 것이 있어요. 정원이나 들판에서 자주 마주친 꽃인데요. 로마의 바티칸박물관 안뜰에도 무리지어 피어있었지요. 현지인에게 이름을 물어봤더니 '마리게리따'라고 알려주데요. 우리에게도 낯익은 봄들국화에요. 수첩 갈피에 넣어서 함께 왔지요. 잘산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요. 봄이면 온갖 생명들이 새순을 내려고 꼼지락대듯이 생명력인 꿈을 잃지 않는 것 말이에요. 그럼 꽃피울 날도 오지 않겠어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어진 사이프러스를 봤을 땐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한 시의 의미가 비로소 짐작이 가데요. 사이프러스처럼 서로의 그늘에선 자랄 수 없다고 그는 썼지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부부의 관계 아닐까요.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에게 길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그런 공부도 조금 한 것 같아요.

  솔직히 우리보다 잘 사는 그들이 부러웠어요. 그렇게나 많은 유물과 유적들을 가지고 있다니. 파리나 로마를 칭할 때 도시 전체가 다 예술품이라고 하잖아요. 그 중에 하나만이라도 우리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데요. 우리가 흔히 부르짖는 반만년의 무구한 역사가 무색했어요. 얼마 전에 남대문을 화재로 잃은 것도 속상했고요. 조상의 덕으로 먹고 살아서 좋겠다, 배도 아팠죠. 

  하지만 역사는 오래된 것만이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이 태어난 시대를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이니까요. 작은 것이라도 우리 것을 소중히 하고 현재를 열렬히 살아간다면 좋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 아니겠어요? 

  얼마 전 면민의 날 행사에 의료지원 갔다가 풍물놀이 하는 것을 구경했어요. 고깔모자와 삼색 띠를 맨 복장부터가 왜 그리 흡족하고 자랑스럽던지. 몸을 살짝 살짝 들어주면서 흥을 돋우자 제 가슴도 들썩거렸죠. 북을 치고 나서 들어 올리는 멋스런 손동작, 징을 치는 분의 경쾌한 아랫놀음, 장구의 가락에 흥겹게 돌아가는 행렬 속으로 저도 끼어들고 싶었지요.
  그들이 안 가진 것이 우리에겐 있어요. 이웃 간의 다정다감한 정은 우리 민족의 DNA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자기 자신, 자기 가족만 위해서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빈약하겠어요.  

  몇 년 전 호주 여행이 생각나네요. 그들의 큰 땅덩어리가 부러웠지만 이웃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사람이 그립고, 줄서는 일이 없으니 몸이 서로 부딪히는 것이 아주 큰 실례라는 나라, 그런 곳에서는 절대로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렇죠?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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