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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여름1.울안에 들이다

  순전히 내 마음의 풍경 탓이지.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다니던 시골, 첫 발령지에서였어. 

  마을 허리에 초가집 한 채, 내 또래 아가씨가 홀어머니 모시고 살던 그 집 앞마당은 여름이면 온통 채송화로 뒤덮였지. 토방만 빼고. 지금도 기억나. 처음 보고서 가슴이 벅차올라 숨이 탁 막히던 것이. 그 여러 빛깔 꽃물결을 그냥 보낼 수 없었어. 그냥 속절없는 게 꽃철이거든.

  우린 날을 잡았어. 한낮에, 차 한 잔 천천히 마시며 마냥 마루에 앉아있는 게 전부였지만. 햇살 앉은 빛깔에 겨워,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데, 옆자리 어머니께서 혼잣말처럼 그러시더군. '대빗자루로 막 쓸어내도 저렇게 아득바득 살아나야아.'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나 봐, 그때 그 채송화. 

  그 환한 기억을 내 꽃밭으로 하고 싶었지. 울안에 빈 병 거꾸로 세워 동그란 화단을 만들고 채송화만 따로 심었어. 또 담 밑에도 옮겨 심고, 시멘트 벌어진 틈새마다 흙을 돋우고 심었지. 식당 살림할 땐 건물을 빙 둘러 씨를 몇 봉지나 뿌렸나 몰라. 웬일인지 하나도 돋지 않더군. 

  해마다 이때쯤이면 어디선가 채송화가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해 여름날 이래 바짝 가물어버린 내 깊은 속이 저를 이리도 못 잊는 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그 발화의 찰나를, 자꾸 달아나는 그 젊은 날의 노래를 마냥 붙잡고 싶은 탓일까. 
  도시로 시집간 그 아가씨는 그 많은 채송화를 어쨌을까

사진- 나인권(죽산면 죽산2길에서)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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