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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여름4. 행여나 봇물 터질까
사진- 나인권 (검산동 도작로에서)

4. 행여나 봇물 터질까

  나라고 왜 헐 말이 없겠어요. 넘들은 화사한 꽃 피워서 벌과 나비 모은다네, 다디단 열매 맺는다네, 시끄러운 세상이잖어요. 늘 주눅 들었지만, 깜냥에 애쓰며 살았어요. 겨우내 쉬지도 못했고요. 여느 풀처럼 시들어져 땅 밑에서 자다가, 날이 풀린 후에 새순으로 나오면 수월하련만, 그럴 처지도 못 되었는걸요. 오쓸오쓸 칼바람에 푸르딩딩 얼음이 백여, 얼매나 춥고 서러웠는디요. 차라리 눈이 덮어주면 좀 나으련만, 어쩌자고 눈도 내리지 않았어라.

  아등바등 살아내느라, 속엣말 깜깜 묻어두었네요. 먹은 맘 본때 좋게 내비칠 새도 없이, 그냥저냥 세월만 묵었지요. 그래도 속가심에 달랑 하나 떨어져 박힌 꽃씨인지라, 캐 버릴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더랑게요. 들썩거린 지가 수십 봄이어요. 짐짓 몰라라 했지만, 심정에 둔 일을 어쩌겄어요. 내비두지 못허고 겨우 세상에 나왔지라.

  맴이 젤 힘겨웠어요. 더 반듯하고자 했으니까요. 남의 눈에 시달리느라, 내놓고 기를 펴지 못했고요. 목까지 넘어온 말도 삼킬 때가 태반이었어요. 무에 그리 어리숙했는지 첫사랑도, 첫달거리도 창피하기만 했어요. 왜요, 떳떳했어야죠. 자신을 알지 못하면 어두워요. 속을 들여다보고, 진심인지 따져보고, 훤히 내놨어야죠.

  요즘, 자주 울컥합니다. 암만 정에 쉽게 허물어지는 기질이라 하더라도요, 노래 한 소절, 책 한 구절, 풀꽃 하나에 가심이 내려 앉어요. 겨운 감동 질끈 부여잡고, 그 순간에 멈추지요. 더 나가지 않고 더 부르지 않고, 그저 온 우주가 정지되어요. 있는 그대로 알맹이가 보여서, 맥힌 가슴패기 툭 터졌어라.

  에고, 드디어 꽃을 배고 꼿꼿이 선, 나를 좀 봐요. 깨금발 짚었어요. 붉은 꽃에 겨워서 거뭇거뭇해진 꽃싸개 좀 봐요. 행여나 봇물 터질까, 그 끝에서 마악, 비죽이 나와요. 안에서 솟구치는 기운이 주변을 보듬어요.

  오늘도 질 때를 알고, 하루 치만큼 목놓아 살아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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