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들
[제26회 대통령기 독서경진대회 김제예선 편지글 최우수상 작]아버님을 그리며...

황 경 희/서암동



아버님! 설날이 다가옵니다.

작년 때엔 이 자리에서 함께 웃고 지내시던 아버님께서 지금은 안 계시니 너무 그립고 허전합니다.

아버님! 하늘 나라에서 우리 모든 가족을 지켜주시고 고통없는 그 곳에서 편히 지내시고 다음에 그 곳에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해 2월의 어느 날
겨울 내내 내린 많은 눈으로 가라앉은 지붕을 손질하시던 아버님께선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정형외과에 입원하셨습니다. 왼 팔에 깁스를 하시고 병원생활을 하시던 아버님은 몇 년전부터 앓아오시던 소화불량으로 너무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아버님을 모시고 종합검사를 받으려고 전주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결과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시는 아버님을 모시고 큰 병원 응급실을 갔을 때, 20여명의 의사들이 아버님의 초음파와 X-Ray 사진을 걸어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감이 이상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종합검사를 받으신지 3일만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1남4녀를 두시고 올 해 연세 일흔 넷이신 아버님!

많은 농사일로 항상 바쁘시던 아버님께선 생전 처음 받은 종합검사에서 정말 믿기 힘든 판정을 받으신겁니다. 그 동안 가벼운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하고 소화제만 드시고 있던 사이 아버님의 몸 속에서는 암 덩이가 자라고 있었던겁니다.

우리 가족은 너무 당황스러웠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수술도 안되고 이식도 안된다며 6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온 식구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아무 것도 모르신 채, 그저 간이 조금 나빠졌으니 더 이상 농사일을 하지 않고 건강을 돌보기로 약속하고 퇴원을 하셨습니다.

집에서의 투병생활은 3개월 정도 계속 되었습니다. 식사의 양은 점점 줄었고 약의 양과 강도는 점점 늘어갔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몸은 점점 야위어 가셨습니다.

드디어 아버님께선 무언가 눈치를 채셨는지 온 식구를 불러놓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고 약으로만 살아야 한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이대로 집에 있다 갈란다"

정말 가슴이 내려 앉는 것 같았습니다. 다 아시면서도 그렇게 밖에 얘기 할 수 없으셨던 아버님이 지금도 안타깝슨디다.

그 날 이후 아버님의 병세는 점점 깊어 갔고 우리 식구들은 올 여름만 넘겨 주시고 여름에 당신의 생신상을 받고 떠나시길 소원하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께선 5월 29일 아침에 아들의 팔에 안기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항상 자식들, 손자들에게 좋은 것 먹이시고, 좋은 옷 입히시려고 당신은 늘 검소하게 사시다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어느 덧 시집온 지 10년이 훌쩍 넘은 저에게 아버님은 친정아버지보다 더욱 정이 많이 들었던 아버님이셨습니다. 지금도 투병생활 하시며 함게 찍은 사진 속에 웃고 계신 아버님을 보면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지금도 오토바이를 타고 문 앞으로 들어 오실것만 같습니다.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그 동안 자주 모시고 다니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한때는 내 마음을 몰라 주시는 것 같아 서운하기까지 했던 내 자신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요즈음 TV에 나오는 어떤 할머니 노래처럼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정말 맞는것 같습니다. 산소에 가서 앉아 언제까지 눈물을 흘려도 대답이 없으시니까요.

아직 아버님께서 다 하지 못한 세상의 물질적인 문제들이 나에게 숙제로 남아 있어 힘들 때도 있습니다. 또 아직 가슴에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저 또한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다하지 못한 효도를 혼자 계신 어머님께 다 할 생각입니다. 또한 힘든 시련이 와도 열심히 살 것입니다.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요. 저는 2남 1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직 큰 산 같은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저도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큰 산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디지털 김제시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