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제시 원평은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이면서 최후의 결전지라는 학계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행정에서도 이를 계승 발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분 차별과 조세제도의 문란한 운영으로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농민이 주체가 되어 폐정을 개혁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 바쳤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 근원지가 우리지역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본지는 5회에 결쳐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아 동학농민혁명을 재 조명하고자 한다.

 

▲ 최고원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2008년 12월 22일에 구미란 전적지에서 추모위령제와 함께 창립대회를 가졌다. 오후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주최하는 학술강연회를 통해서 김제의 동학농민혁명사와 기념사업의 의의와 방향 등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어 동학농민혁명사에서 김제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재인식 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교통의 관문과 물류의 집산지 그리고 장터의 정보망이라는 네트워크가 구축된 곳이며 미륵신앙의 본거지인 금산사 있는 곳으로, 김제의 동학농민혁명사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될 수밖에 없었던 원평은 원평장터를 중심으로 진원지의 배경 가운데 있다.

 1893년 교조신원운동당시 전라도의 집회가 바로 원평장터에서 있었고 외세를 몰아내고자 북상까지 계획했던 급진적 성향이 두드러진 강경세력의 집회였다. 그리고 그 집회가 고부봉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김제는 전라도에서 포교의 중축이 되어 가장 큰 포를 관할하였던 금구대접주 김덕명과 영호대접주였던 김인배를 비롯해서 9월 2차 항일전선에 참여했던 김봉득, 김봉년, 송태섭 등 그밖에 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김개남과 최경선 등도 주거지가 행정구역상 정읍이지만 상두산재를 넘어 원평장터를 이용했던 생활권에 있었고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원평장터가 핵심지도자들의 활동근거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전봉준이다. 집강소시기에 원평에 주재하면서 전라우도를 호령하였으며 2차 항일전선 준비도 원평에서 총지휘하여 이끌어냈다. 그런 배경에는 전봉준의 외가인 금구토반 언양김씨 문중의 김덕명이 참모로서의 지략과 후원이 지대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농민군이 전주입성을 하루 앞두고 고종의 특사 등을 처형함으로써, 확고한 항명의 의지를 선포했던 상징적인 의식을 원평에서 단행했다는 것은,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원평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위상을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공주 우금티전투에서 패퇴한 농민군이 설욕의 최후 결전지로 택한 곳이 원평이다. 삼례도 전주도 아닌 원평에 재집결하여 전열을 새롭게 하고자 했다는 것은 총지휘본부의 역할이 원평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원평의 구미란전투는 일본군과 대적할 수 없는 화력의 차이로 패하고 태인으로 퇴각했으니 최후의 항전지로써 전력을 다했을 구미란전투가 얼마나 처참했을지는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김제지역에 안내표지판도 없이 유적지는 방치되어왔다. 지역민들조차 동학농민혁명 유적지가 김제 내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이웃해 있는 타 지역을 방문하고 타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사를 익혀왔다. 김제의 동학농민혁명사가 얼마나 중차대한 배경에 있는지에 대한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초래된 당연한 결과였다.

김제지역 기념사업 1987년에 시작

  김제지역의 기념사업은 이미 1987년에 시작되었다. 금산면 학수재에 금구대접주 김덕명 추모비 건립을 시작으로 같은 장소에 위령각이 세워졌고, 매해 10월 15일에 김덕명과 무명농민군을 비롯한 애국지사 추모위령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구미란 전적지 위령제가 공식적인 마을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은 1997년부터이다. 이름도 없는 농민군들이 마을 뒷산에 묻혀 춥고 외로운 원혼으로 백여 년을 지나오는 동안 허물어진 봉분위에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무덤이었다는 사실조차 주민들로부터 잊혀 갈 즈음, 고 최순식선생께서 1994년부터 개인적으로 지내온 위령제를 전적지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엄동설한 전투가 있었던 음력 11월 25일에 지내왔다.    그러나 마을은 비어가고 고령화는 심화되어 위령제의 명맥을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 위기의식 속에 원평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2008년 8월에 마을에서 꾸려졌고, 봉남면 주민들과 제114주년 전국기념대회에도 참가했었다. 그 후 김제전역으로 구성원이 확대 되어 명칭 또한 '원평'에서 '김제원평'으로 그리고 지금의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창립된 것이다.

역사는 바르게 서술되어야 한다

  이제 와서 115년 전의 역사를 기념할 필요가 있느냐는 냉소와, 김제와 동학농민혁명이 대체 어떤 연관성이 중요하게 있어서 기념사업회까지 창립하느냐는 역사의 몰이해로 인해 암담했던 적이 많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해질수록 더욱 사명을 갖고 기념사업회의 필요성을 역설해야했다.

  고 최순식 선생으로부터 동학농민혁명사에서 김제의 중요한 위상과 역할은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학계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바이나, 김제지역 내에서만은 변방의 역사처럼 취급되어 조명 받지 못하는 뼈아픈 과오를 남겼다. 동학농민혁명에 있어서 김제는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의 실질적 행동을 위한 근거지였고 혁명의 거점이었다는 고 최순식 선생의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의 무관심과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김제역사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로 지금껏 지나온 것이다. 김제의 역사를 김제에서 외면하던 1997년 당시, 타 지역의 기념사업회에서 구미란(龜尾卵)전투지의 사적지 지정 신청과 무명농민군 묘역조성사업 등을 추진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관계기관의 외면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 역사의식의 부재를 탄할 바 아니지마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역사가 서술되지 않고 연구되지 않으면 그 역사는 왜곡되고 묻힌다. 김제에서 조차 김제의 역사가 바로서지 못했던 참담한 현실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그것을 좌시했다면 역사 앞에 부끄러워야한다.

동학농민혁명사 발굴 시가 나서야

  기념사업은 일차적으로 먼저 학술용역을 통해 김제지역의 동학농민혁명사를 발굴하고 학문적 위상을 정립한 후에 유적지마다 그에 걸 맞는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기념사업의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정읍, 고창, 공주, 진도, 홍천, 등과 같이 시군단위의 용역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사료는 구전이나 문헌 등이 수집되기 어려운 한 많은 역사를 거쳐 왔고, 유족들 또한 드러낼 수 없던 과거였기에 기록하지 못한 채  너무 많은 분들이 고인이 되셨다.

  늦었지만 김제의 각 읍면동 지역에 묻혀있는 동학농민혁명사를 이제라도 발굴하고 수집해서 학계의 연구가 뒷받침 될 수 있도록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대에 맞는 정신계승을 이어나갈 것이며 가시적이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구태의연한 기념사업을 지양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념사업이 되도록 할 것이다. 김제역사의 정체성 확립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과제 앞에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장애요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생과 화합으로 일치단결하는 선양이야말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올곧은 모습이 될 것이다.

 

▲ 금구원평취회 장소 원평천과 원평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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