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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비리와 싸우는 사람들 - 옥천신문
토호에겐 ‘눈엣가시’, 주민에겐 ‘천군만마’


이글은 월간<말>지의 3월호에 실린 글을 발췌했습니다.


주민 편에서 군청과 의회 등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지방언론의 촌지관행을 톱기사로 폭로하고, 보도연맹 학살사건 등 왜곡된 현대사를 발굴하고, 중앙언론도 못하는 <조선일보를 해부한다> 시리즈를 3개월에 걸쳐 연재하는 신문. 한겨레신문의 국민주 창간 방식을 도입해 군민주 형식으로 1989년 9월30일 창간된 <옥천신문>은 그런 신문이다.


옥천신문 기자들은 공직자들이 “그 기사는 제발 다루지 말아 달라”고 청탁하면 “그 기사는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거꾸로 생각한다. 옥천신문이 2000년 새해 벽두부터 유봉열 옥천군수와 싸웠던 것도 바로 이런 역설의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옥천신문은 지난해 10월 군청에서 실시한 수맥강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강사가 군수와의 사적 인연에 의해 선정됐다는 점, 군청에서 청중을 동원하려 했다는 점(옥 천신문은 군청이 관내의 공무원 절반을 동원하려 계획한 증서 서류를 입수해 폭로했다), 강사료가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점, 주최측이 강의가 끝난 뒤 물품을 판매하는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였다는 점 등을 샅샅이 취재해 보도했다. 기사가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군수가 압력을 행사했으나 옥천신문은 이번엔 그 사실마저 폭로해 버렸다.


옥천신문은 1998년 6월경 유봉열 군수의 친딸 군청 특채를 고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유 군수는 공채로 뽑도록 예정돼 있던 9급 환경직에 자신의 딸을 특채로 뽑았다고 한다. 다른 지방 일간지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을 지키고 있을때 옥천신문이 나섰다. 주민들의 여론이 뜨거워지자 다른 신문들도 이 기사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군수가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기자실 폐쇄와 언론예산 동결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이비 언론 척결’을 명분으로 한 보복전의 성격이 강했다. 평소 우호적 관계에 놓여 있던 충청일보, 서울신문, 연합통신 등은 정작 싸움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양측의 필요에 따라 13일만에 화해로 끝났다. 서로 손해 보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것이다. 옥천신문이 다른 언론의 잘못을 발견하면 가차없이 공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최근 옥천신문의 뜨거운 맛을 본 것은 청주방송. 옥천신문은 청주방송이 옥천 군정을 보도한 뒤 군청으로부터 1천만원의 촌지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 폭로했다. 결국 청주방송 간부들이 옥천신문을 찾아와 곧 갚겠다는 구두약속을 해야 했다.


옥천신문이 이런 ‘아름다운 고집’을 피울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1996년부터 군청의 계도지 예산책정과 홍보광고 수주를 거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대신에 옥천신문은 생활광고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광고시장을 장악했다. 평범한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옥천신문의 실질적 광고주들이다.


다음은 옥천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오한흥 편집국장(43)은 옥천신문 11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할 일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잘라말한다. 옥천은 바닥이 좁아 대부분 서로 아는 사람이다. 이런 지역에서 올바른 언론인의 길을 걸으려면 ‘외롭게 살기’와 ‘속으로 삭이기’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오 국장은 사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안재 취재부장(38)도 창간멤버다. 지역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지역신문을 대안매체로 평가할 정도로 지역신문에 대한 인식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충남대 사학과 82학번인 그는 보도연맹 학살사건 등 묻혀진 현대사를 발굴 보도하기도 했다. 조주현 편집기자(37)와 이용원 기자(28)도 함께 뛰고 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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