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산다⑫] 70대 이발사 최중쇠씨

"보자… 14살때부터 이발소 생활을 시작했으니, 어이구… 60년이 다되가네"

신풍동에서 이발업에 종사하고있는 최중쇠(사진·71)씨는 평생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가정 형편상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발소에 들어간 이후 70살이 넘은 현재까지 한길만 가고 있다. 사명감이라든지 꿈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당시는 워낙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고 궁여지책으로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넘은 것이 이발소 문턱이었을 뿐이었다.

"나의 일에 대해 얼마나 사랑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말은 없어. 헌데… 평생 이일만 했으니 내 인생에서 이발이라는 단어를 빼면 암것도 남는게 없것지? 뭐 다른 것을 해봤어야지 알지. 헛헛…"

최중쇠씨는 이발소의 변천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일제시대 애용됐던 커다란 양손 바리깡부터 시작해 국산 한손 바리깡 그리고 전기 바리깡 시절까지, 모든 것을 만져봤고 다양한 방법으로 손님들의 머리를 깎았다.

"60년대에는 제대로 된 도구도 없었어. 고장 잘나는 수제 바리깡으로 학생들의 머리를 깎다보면 죄 뜯기기 일쑤였고 물도 끓여서 찬물을 탄 다음 바가지나 조로로 부어서 머리를 감겨줬어"

30대 이상의 세대라면 지금도 기억하는 이발소의 추억이 많은 것이다. 키가 작은 사람이나 어린이는 나무 의자에 판자를 대고 올라앉았고, 한켠에는 기다리기 지루한 사람들을 위해 온갖 만화책이나 잡지들이 가득했다. 어떤 면에서 이발소는 갈데가 마땅치 않던 시절 사랑방같은 역할까지 겸했다.

더 오래전 세대라면 헤어드라이 대신에 숯불에 달궈서 머리 스타일을 만드는 쇠막대기같은 철제 고대기나 조금씩 녹여서 사용하던 고체형 백분(일종의 스킨)도 기억날 것이다. 면도기도 숯돌에 갈아서 사용했다. 모든게 없던 시절에는 그런 식으로 하나씩 수작업을 통해 손님들의 머리나 스타일을 만져줬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이발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예전보다 머리에 대한 관심은 더 많아졌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발소대신 미용실을 택하고있는 모습이다. 한때 곳곳에 가득했던 이발소는 극히 소수만 남아있으며 이발사들의 연령 역시 60~70대가 대부분일 정도로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러다가 이발소의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허언이 아니게 들리는 이유다.

이전에는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가운데 평행선을 가다가 따로 나뉘어있던 이용법-미용법이 하나로 통일되었고 갑작스레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려버렸다.

물론 법이 아무리 바뀌어도 많은 남성들이 예전처럼 이발소를 찾으면 아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남성들은 여성들처럼 미적 감각을 많이 추구하는지라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수준이 아닌 꾸미고 또 꾸민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이발소는 어떤 면에서는 흐르는 세월을 무시한 채 너무 한자리에 안주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용실은 엄청난 발전을 이룬데 반해 이발소는 기계만 바뀌었을 뿐 스타일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발-면도-염색 정도로 단순한 이발소의 레퍼토리도 시장을 작게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이발소는 비싼 메뉴가 없다. 최대한 저렴하게 찾아오는 손님들의 머리를 깎고 면도를 해주는게 대부분인지라 돈을 벌기 위해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별반 매력적이지 않다. 파마 등 머리 손질법에 따라 꽤 큰 금액이 오고가는 미용실에 비해 힘만 들고 돈은 적게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이발소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중씨가 대답했다. "아녀… 그건 아닐 것이여. 이발소가 인기가 적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름 꼭 필요한 업종이야. 여기가 없어지면 면도는 어디서하고 미용실안가는 사람들은 또 어떡혀. 시대가 바뀌듯이 조만간에는 젊은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신세대 이발관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

이발소 삼색 등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가운데 최중쇠씨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창 밖 넘어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발소가 흥했던 그 시절을 그려보는 듯.



▲ 최중쇠씨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트윗하기

김종수 시민/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