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근 편집국장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은 김영미의원이 예산에 대한 심사보고를 해야 했고, 임영택의장이 호명을 했으나, 김영미의원은 호명을 듣지 못했는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발언대로 나가지 않고 한참동안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순간, 무언가 잘 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김영미의원은 예산에 대한 심사보고 뿐 아니라 회의 말미에 '5분 자유발언'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5분 발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인가?'하는 예감은 적중했다.

  김영미의원은 여느때와 다르게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예산심사보고를 마쳤고, 폐회를 알리는 임영택의장의 의사봉이 두드려질때까지 끝내 '5분 자유발언'은 없었다. 그리고 김 의원은 폐회가 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속히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의장이 호명을 하는데도 자리에 앉아 뜸을 들였던 것은 무언의 시위였던 것이다.

  김영미의원의 5분발언 내용은 사전에 동료의원이나 집행부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까지 전달되어 있었다. 김 의원이 외치려던 내용은 "왜 김제시는 교육토론회를 기피하는가?" 하는 것이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지평선학당에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편성됨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몇 년째 계속 제기되는 교육기회의 형평성 문제, 특정학교 90% 이상 편중 문제, 학당 운영상의 문제 등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병폐로 남아있어, 중간평가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지역언론사 등의 주최로 발전적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김제시와 김제교육지원청에 참여를 권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김제시는 토론회를 기피하면서 오히려 무산시키려고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2월 10일 김제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지역교육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기피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김제시장은 토론회 기피이유를 답하지 않아 보충질문을 하려고 신청하자, 관계공무원이 찾아와 '토론회에 동참하여 함께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기에 보충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정질문 당일의 순간만 회피한 채, 다음 날 토론회 주최측의 확인에 불참을 통보했고, 원만한 토론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18일 오후까지 노력했으나, 끝내 신뢰를 져버렸다"고 개탄하면서 "시정질문과 답변을 통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시민들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기만한 김제시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도대체 지평선학당에 시민들이 알면 안 되는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며 "장학재단의 이사회 자료를 그 자리에서 회수하여 폐기하고, 회계처리를 아직도 수기로 하여 시청의 다른 회계처럼 e- 호조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라는 주문에도 대답을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느냐"고 따졌다. 

  이어 "타 지역에서 방문하여 벤치마킹 해 가는 지평선학당의 자랑스런 면모는 어디 갔느냐"면서 "옥수수 판 돈, 손 곱아 장사한 돈, 여러사람 발 품 팔아 성금으로 모은 돈 등 연간 20억원의 혈세가 쓰이는 장학재단 사업과 지평선학당 운영이 다양한 교육 요구들을 슬기롭게 담아내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육공간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끝을 맺었다.

  '시의회의 꽃'이라고까지 불리는 '시정질문'에서 시장의 답변이 부실해 시의원이 보충질의를 하려했고, 이에 대해 해당부서의 과장이 시의원을 찾아와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는 의원의 입장에서 뿐 아니라 누가봐도 당연히 시의회에 대한 경시요, 사기로까지 해석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김제시의회 홈페이지를 보면 '의회의 권한'에 대해 "집행부의 독주나 부당한 처사를 시정하고 감사하기 위해 김제시정에 대한 통제기능을 행사하게 되며 집행기관의 집행행위에 대한 의회의 주요 통제수단으로는 시장 등의 출석, 답변, 의견진술의 요구, 서류제출의 요구, 현지확인, 행정사무감사 또는 조사 등으로 집행행위에 대하여 의회의 관여를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김영미의원의 '5분 자유발언'을 만류한 이는 다름 아닌 임영택 시의회의장이었다.

  시의회의 임무는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임은 누구나 견지하는 사실임에도 의장이 말렸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장이 김 의원을 만류한 이유는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을 맞아 모처럼 시의원들이 부부동반해서 집행부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고, 김 의원의 5분 발언은 분위기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이 판단을 지지할 수가 없다. 본회의장에서 있은 의원 개인의 5분발언으로 인해 분위기가 경색된다는 것도 문제가 있고, 설사 점심을 먹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발언의 기회를 줬어야 했다. 

  누구의 부탁을 받았던 의장은 의원의 편에 서야 했다. 김영미의원의 발언 내용이 잘못됐다면 몰라도 의원으로써 김제시 발전을 위해 마땅히 지적해야 할 내용이었으며, 게다가 집행부가 시의원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의장이 나서서 집행부에 호통을 치지는 못할 망정, 시의원의 정당한 발언을 막은 처사는 의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며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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