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十而 不惑 五十而 知天命 (사십세에는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고 오십세에는 하늘의 뜻을 안다)이란 옛 성현의 가르침이 있다. 필자의 경우와 연관시켜봐도 크게 어긋남이 없는 명언이다.

  그런데 퍽퍽한 닭가슴살 같은 40-50대 중년남자들의 일상속에서도 가을엔 유독 이 가르침이 우리정서와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모르는 삶의 속살은 아직 부드럽고 달콤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엔 왜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가를 과학적으로 또한 감성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가을은 왜 더 외로울까요?

  첫 번째, 일조량의 변화때문이다. 일조량의 변화에 따라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변하는데 이러한 멜라토닌은 밤낮의 길이나 빛의 주기에 따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의 분비량에 따라 기분이 크게 달라진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간 더 쾌활한 상태, 남성은 여성보다 약간 덜 쾌활한 상태로 보면 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여름보다 급격히 일조량이 줄기 시작하는 가을의 경우 멜라토닌 분비의 영향에 따라 여름보다 더 우울해 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보다 남성이 이러한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에 외로움을 더 탄다고 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유래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가을에 이러한 변화가 더 눈에 띄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온 말 같다.

  또 한가지 다른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취욕구가 강하다. 원시시대때부터 채집, 사냥, 번식등 활동에서 보듯이 남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여름내내 푸르던 입사귀가 낙엽으로 떨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것을 보면서 남성들은 어딘가 모르게 큰 허무감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가을은 겨울을 향해서 가고 있으며 죽음을 향해 스러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마치 우리들의 인생, 삶과 연결되어 우리로 하여금 인생이라는 것, 삶이라는 것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고 한다.

  생동하는 봄이나 불타는 여름 또한 흰눈 내리고 크리스마스가 있어 들뜬 기분이 드는 겨울보다는 가을에 많이 생각하고 감성적이 되지 않을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너무나 가을이라는 가슴시린 계절로 인하여 중년의 일탈이나 우울한 심정이 다 용인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감성적 접근으로 마케팅에 성공하는 사업도 물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지구촌의 살벌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려면 가을의 감성이 자칫 부잣집 막내도련님의 철없는 투정부림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가을은 아름답다. 그러나 중년을 살아가는 40-50대의 마음의 짐은 그걸 느낄만큼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물가급등으로 인한 생뢀비 부담, 아이들의 살인적인 사교육비, 지인들의 경조사비등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무서운 미래가 양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필자 주위에도 투잡을 뛰는 가장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꼭 이렇게 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근본적인 회한이 들기도 한다.

  갑오년도 살같이 빠르게 지나 연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별로 해놓은 것도 없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 

  남성들이여! 아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이여! 두갑자 정확히 120여년전 우리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불길같이 일어났던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힘든 농민혁명의 투지를 이어받아 감내하기 힘든 이 열악한 환경을 사즉생의 정신으로 지혜스럽게 극복하고 이겨내시기 바란다.

박원용  본지 대표이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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