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 전주김제완주축협장. 평생우림축산 대표

  구제역이 심상찮다. 다행히 우리관내 우리시 구제역 발생농장 일대에 내려졌던 가축 등 이동제한이 해제됐다. 이에 따라 우제류와 축산관련 차량, 분뇨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다. 전라북도는 지난 4일 구제역 발생으로 발령했던 용지면 농가 보호지역(3Km 이내)에 대한 이동제한을 이날 오후 4시부로 전면 해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0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 22일만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발생될지 모를 만큼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또 집단 살 처분을 했고, 한미 FTA로 가뜩이나 힘겨운 농민과 축산 농가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이 가슴깊이 다가온다.

  농장에 갇힌 닭들이 곧 식탁에 오를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어느 수탉이 농장에 들어와 닭들에게 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닭들 사이에도 본격적인 권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영화 '치킨런'이 생각난다. 

  차라리 영화처럼 모든 가축들이 울타리를 벗어날 반란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냐하면 가축들이 울타리를 벗어나 건강한 생육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축들이 최소한이라도 동물답게 산다는 것은 곧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동물이 당한 고통과 상처들은 재앙이 되어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려주게 돼있다. 

  우리는 늘 신토불이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의 가축사육환경은 세계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육우종우로 분리돼 한 발짝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경에 갇히어 인공사료와 항생제로 초고속 성장을 한다. 

  당연히 전염병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생 창살사이에 목을 걸고 주어지는 먹이만 먹고 사육된 가축과 움직이면서 건강하게 자란 가축은 인간의 건강권 앞에서 감히 비교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축의 건강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 인간의 풍성한 먹을거리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축에게도 건강하게 클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구제역은 1933년에 우리나라에서 첫 발병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2년에는 잇달아 발생되면서 한우 농가를 완전 초토화 시켰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10년 이후부터 벌써 네 번째 구제역 파동을 겪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구제역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의 심각성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추가확산을 막기위해서는 모두 살 처분을 해야만 한다. 구제역은 1897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프리드리히 뢰플러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구제역이 전 세계로 퍼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및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구제역이 빈발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가 구제역으로부터 안전지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에서는 구제역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캐나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도 구제역 문제가 없는 나라들로 꼽힌다. 우리도 이런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축 안전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과제인 것이다. 

  축산업의 미래이자 희망은 이제 축산 선진국들처럼 친환경 축산을 통한 축산업의 활성화인 듯 싶다. 이를 추진함에 있어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축산 농촌은 개방화와 고령화 등으로 격랑에 휩쓸리며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산지간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해 땀 흘려 키운 소, 돼지들이 살 처분을 하게 된다면 축산업은 희망이 없다. 

  지금도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들 난리다.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생산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구제역을 두려워하면 발전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뛰어야 할 때다. 현재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한 미래가치를 선택해야 할 중요한 때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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