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명예시민증은 시정발전에 공로가 많거나 김제시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해외교포·국내인사에 대하여 해당조례에 따라 수여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과정을 보면 '김제시명예시민증'이 시장의 입맛에 맛는 사람에게 시장 맘대로 줄 수 있고, 과거에는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시의회는 스스로 의무와 권리를 포기한 조례개정을 승인하는 등의 이해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자는 데스크칼럼에서 "김제시명예시민증조례 제정 이후 5년간 3차례에 걸쳐 7명의 명예시민이 탄생했지만, 명예시민 선발 이후 그들이 우리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역대 선발자들이 무보수로 봉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이나 금전적 이권에 따른 것은 아니었는지 상기해봐야 한다"면서 새로운 명예시민 추천자 3명에 대해 신중히 선정할 것을 요구했었다.

  지난해 명예시민 선발 대상자로는 지평선축제와 관련된 ㅈ교수와 ㅊ 전 김제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 그리고  전 김제경찰서장 등 3명이 있었다. ㅈ교수는 지평선축제와 관련해 시에서 예산을 받아 실속없는 행사를 하고 그 댓가로 공신력도 없는 상을 김제시에 가져다주면서 김제시민을 기만한 주역이다. ㅊ 전 김제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은 지평선산단 내 자유무역지역 조성에 기여했다는게 첫째 이유지만, 자유무역지역 조성 이후 부임했으며, ㅂ 전 경찰서장을 명예시민으로 위촉할 경우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퇴임하는 경찰서장들이 관례로 명예시민에 추천될 수 있으므로 조례의 취지에 걸맞는 엄격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몇일 후 최종 수여결정을 하는 시의회는 대상자 3명을 모두 집행부의 원안대로 승인해 줬다. "3명이 추천됐는데 누구는 선정하고 누구는 탈락시킬 수 없어 3명 모두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다음신문에 "앞으로도 자격없는 인사를 끼워넣어 시의회의 의결을 요청하면 또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므로 시의회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었다.

  당시 김제시명예시민을 승인한 시의회는 집행부의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했음에도 지난 5월 스스로 시의회의 권리와 위상을 포기하는 조례개정안까지 가결시켜 다시 한번 기자를 실망시켰다.  문제가 있는 <김제시 명예시민증 조례>의 개정내용을 보면, 제2조 1항에 명예시민 자격요건이 △대내·외적으로 김제시의 위상을 크게 제고한 자 △시민의 생활개선 또는 문화발전에 공헌한 자 △과학·기술 또는 경제 등의 발전에 이바지하였거나 시정발전에 기여한 자 △위 내용과 유사한 경우로서 시장이 명예시민증의 수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으로 되어있었지만, 이러한 요건을 무시해도되는 2항을 삽입하게 된다.

  2항은 "1항에도 불구하고 우호협력도시의 장, 시에 부임하는 주요 기관장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시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수 있다"고 신설한 것이다. '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삽입하면서 1항을 무력화시켰고, '그 밖에 이에 준하는'이라는 문구를 통해 대상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명예시민증 수여결정을 규정한 동 조례 4조는 한술 더 떠 실소와 함께 탄식을 자아나게 한다. 종전에는 "시장이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고자 할 때에는 김제시 시정조정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김제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지난 5월 조례개정을 통해 "다만, 제2조 제2항에 따라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경우에는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문구를 넣은 것이다.

  조례 2조 2항이 이처럼 기준을 무력화시키고 대상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만들었음에도 2항에 따를 경우에는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는다니 대체 말이되는 소린가? '사후 승인'이라는 단어 또한 그렇다. '승인'이라는 말은 법률적으로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의 기관이 다른 기관이나 개인의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 행하는 승낙이나 동의를 말한다. 시의회가 사후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이미 수여한 '김제시명예시민증'을 되찾아 오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시는 조례개정을 성사시키고나서 최근 보란듯이 시의회 동의를 받지 않고 전출가는 경찰서장에게 서둘러 명예시민증을 줬다. 해당 경찰서장은 지난 1년간 김제경찰서장을 역임하면서 경찰서장으로써 당연히 해야할 임무를 했을 뿐 지역을 위한 특별한 선행은 없었고, 지역민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멀리도 아니고 전주로 전출을 가는데 전출 4일전에 부랴부랴 시정조정위원회를 명예시민으로 결정하고, 시장 맘대로인 해당조례 2조 2항을 적용시켜 시의회의 동의조차 생략한 채 '김제시명예시민증'을 전달했다.

  우리 독자님들 반복되는 긴 글 읽으시느라 지루하시겠지만 다시 한번 위에서 1년전 칼럼을 통해 언급했던 말을 상기하고자 한다. "ㅂ 전 경찰서장을 명예시민으로 위촉할 경우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퇴임하는 경찰서장들이 관례로 명예시민에 추천될 수 있으므로 조례의 취지에 걸맞는 엄격한 기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시는 '조례의 취지에 걸맞는 엄격한 기준'이 아닌 '조례의 취지에 반하는 모호한 문구'만 덧붙였을 뿐이다.

  지난 3월에도 시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을 시의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신속하게 신풍지구대 이전부지로 경찰서에 매각한 바 있다.  "힘있는 기관이라고 쩔쩔매느냐"는 시민들의 비아냥은 차치하고라도 '김제시명예시민'이라는 제도 마저 사적으로 전락한다면 김제시민의 명예는 추락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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