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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 공범자의 늦은 고백, 불편한 진실은 침묵이 가리는가?

 

조경상 전 김제시의회 사무국장

최근 상영작 '공범자들'은 내 가슴 깊숙이 얹혀있던 양심을 뜨겁게 담금질해 대며 어느 구석으론가 몰아 부치고 있었다. 그 양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필자가 영화 속에서 주시한 지점은 '침묵'이라는 펙트였다.

  침묵은 결코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짓을 두둔한 것이었고,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모른 체 외면한 것이었다. 침묵은 결국 정의를 반격하고 거짓을 동조한 은밀한 범죄였다.

  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유지를 위해 자행한 언론탄압과 언론인 대학살 과정을 그린 다큐맨터리 형식의 작품으로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공범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내 눈에 더욱 선명히 각인되었던 것은 동료들의 해고를 보고도 모른 체 하거나 되려 그 때를 기회 삼아 일신의 안위를 챙겼던 거짓에 동조한 '침묵한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우리 국민은 철옹성처럼 견고해서 결코 무너질거라 상상도 못했던 박근혜 정부의 침몰을 지켜보며 새삼 권불십년이란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 역시 '침묵'으로부터의 궤멸이었다. 침묵은 눈과 귀를 멀게 하여 스스로 한치 앞을 보지 못한 체 공멸을 자초케 한 원인이 되었고 그 권력에 줄을 댄 넝마주이 자들도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권력무상의 회한에 찬 한숨을 쉬고 있다.

  '입 다문 거대한 침묵'이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좀먹어 들어가는가? 어쩌면 드러내놓고 자행하는 진범과 몇몇 공범의 행위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공범자들이 많을 때 조직을 더 빨리 붕괴시키는 게 아닐까!

  이 영화를 무겁게 짓누르는 '침묵'은 지금의 우리지역 김제의 상황과 다시금 오버랩 되어 내 양심을 채근해왔다. 김제는 11년 동안 침묵의 도시였다. 침묵으로 결박한 도시는 몽롱한 안개 속에 쌓여있다. 그동안 시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운 사기업체나 다름없이 유린되어 왔다. 방만한 경영, 각종 이권 개입 비리 의혹, 공정성을 훼손하고 치부의 방편으로 남용한 인사 전횡들...게다가 3선의 임기 말을 앞둔 지금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들을 마무리하기도 바쁜 와중에 무엇 때문에 여러 개의 새로운 사업들을 조급히 추진하는지 석연찮은 점이 많다.

  그런데도 이 상황이 오기까지 막지 못한 주요 간부직 공무원들,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방조한 시의회도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관련 공무원의 묵인 내지 개입 없이는 이 많은 일들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며 시의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모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할 한무리의 공범자들인 것이다. 나 또한 그 공범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시장의 독선과 독단을 막지 못한 체, 방관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력한 부분에 대해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린다. 이 뒤늦은 고백과 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김제의 상황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시장조차도 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어느 누구 한 사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고 개탄스럽다.

  "왜 그때 침묵 했던가" 진실을 묻고 또는 외면한 채 눈감아버린 지난날 과오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가장 시장 지근에서 모든 시책 예산 편성을 진두지휘한 나로서 이를 막지 못하고 되려 의원들을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40년 공직생활에 가장 부끄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시장의 부당한 지시에도 끝내 불응해 좌천된 소신 있는 동료직원도 있었는데 나는 승진에 대한 욕심을 포기 못하고 비굴하게 묵인하고 외면해버렸던 것이다. 분명 양심을 포기한 야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참회의 글을 쓰는 것은 더 이상 침묵이 거짓을 옹호함으로써 묵인되고 협조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일념에서다. 후배들에게 떳떳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김제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나의 양심으로서 드리는 호소라는 점을 믿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인사권자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무원이 누가 있겠는가마는 맡은 일에 대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공무원 본연의 권리를 누릴 줄 아는 후배들이 되길 바란다.

  지금 김제시민들은 큰 허탈감에 쌓여있다. 실망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침묵을 깨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진 존재인가를 확인했다. 가장 큰 권력은 국민, 즉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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