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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거리 '안시성옹기가마' 워크숍을 마치며

 

김재범 도예가자운요와 자운도예학원 운영

김제 부거리 부창마을엔 올해 109세 된 옹기가마와 독막이 있다. 부창마을은 조선시대 말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모여 살며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여 년 전 이곳에 옹기가마 6기가 있었으나 모두 사라지고 현재 남은 1기가 유일하다. 아궁이 너비 1m에 높이 1.6m, 가마 길이는 22.5m 크기의 통가마 형태인 이 옹기가마는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옹기가마와 독막으로는 국내 유일하다.

  가마 자리는 약 15도 정도의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구릉을 파내어 옆면은 큰 벽돌을 쌓고 사질이 섞인 황토로 천장을 덮었다. 지금은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는데 크게 기여한 '안시성 옹기장'이 옹기장이길 34년 중 부거리 옹기마을을 30년 넘게 지켜오며 '안시성 옹기'라는 상호를 걸고 옹기문화의 맥을 잇고 있다. 

  2015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3호 옹기장으로 지정받은 안시성은 1992년 부거리 옹기마을에서 명망이 높았던 '고 변동순 선생'에게서 전통옹기 제작방식을 비롯한 옹기 장인으로서의 정신 등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안 작가는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옹기대장 출신이라서 그분들 식견이나 시선이 예리하다. 지나시는 길에 말은 없으시지만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작업이 조심스러울 때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동료 작가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이 한마디 말속에서 평소 안 작가의 사람됨을 엿볼 수 있고 수수한 심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을사람들의 시선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그분들과 잠시라도 옹기가마에 대한 친근한 정서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음악회를 비롯한 옹기워크숍 등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마련해 화합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늘 마음을 쓴다. 

  '안시성 옹기'는 김제 부거리에서 전승되어온 전통옹기제작방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한편 현대인의 민감한 미적감수성에 충실한 옹기작품개발에도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음은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다. 옹기는 어떻게 이 세상에 고유한 빛을 볼 수 있었는가?란 질문에 안 작가는 철저히 "옹기는 발효를 위해 태어난 그릇"이라 말한다. 우리 발효 음식들은 삼국형성기에 벌써 염장기술, 양조기술이 있었다. 삼국시대 초기 장류, 식초류, 침채류, 주류 등 우리 음식의 주축을 이루는 발효 음식들을 완성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발효 음식의 발전은 저장용기의 발달과 깊은 연관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이다. 옹기와 염장문화덕분에 저장성 발효음식이 우리 입맛을 지배하게 되었고 발효음식을 담았던 옹기를 빚는 전통을 이어오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안시성 옹기장의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공예사를 넘어 음식문화사에서 폭넓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두장문화와 어장문화 모두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한·아세안 발효음식문화포럼에서는 동북아 발효음식의 기원이 기원전 6000년 전후라는 주장이 있었다. 한반도 남해안과 일본 규슈 북서해안 원시토기문화시대로부터 유래하였다는 것이다.

  그 직접적 연관성을 고고학 연구에서는 이 지역 선사유적과 조개무덤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원전 만년전후 토기의 발견을 들었다. 가능한 추론으로 토기사용은 물이나 젖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부패나 발효가 일어났을 것이며, 토기를 사용하며 끓임문화와 발효문화가 인류 최초로 시작했을 거란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김치나 젓갈의 출현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빵과 치즈와 같은 제조시기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단순한 저장기능을 넘어 양질의 발효가 가능했던 이유도 우리만의 독특한 옹기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고귀한 문화의 맥을 잇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김제 부거리에서는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3회째 '안시성 옹기가마 워크숍'을 조용히 치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해를 갈무리하는 행사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매년 2명 이상의 외국작가 초청계획도 취소하고 올해는 김인태, 김재범, 신영택, 이상훈, 안시성 등 개성 있는 국내 영호남작가들로만 워크숍을 진행했다. 아담한 규모이긴 해도 어느 도예워크숍에 견주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흘간의 작가별 자유성형과 하루의 지역문화탐방을 가졌다. 특히 부안청자박물관과 주변 부안 유천리 요지, 고창 분청사기 요지 답사에서는 각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관람을 최소화 했지만 몇몇 지역시민들과의 소통과 체험 교류는 빠트릴 수 없는 행사의 백미(百媚)가 되었다. 워크숍은 김제지역 옹기토만을 사용하여 참여 작가들 고유의 작업 콘셉트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인태 작가는 꼭두를 화두로 한 조형작업을, 김재범 작가는 동네어귀의 장승을 소재로한 토템이미지와 반구대 암각화문 사발작업을, 신영택 작가는 귀 달린 항아리와 뚜껑 있는 항아리에 빗살질감의 분장작업을, 이상훈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발과 항아리에 테라기법과 내화갑 소성을 선보였다. 안시성 옹기장은 사각 변형기 조형작업과 옹기 판성형기법 시연을 보였다. 워크숍 때 만든 작품은 11월26일과 27일 양일간 소성을 한다. 소성이 끝나면 대표작품은 도록제작과 안시성옹기 소장 및 사이버 기록전시를 진행하게 된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안시성 작가는 "공방작가들이 옹기제작기법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훨씬 시야가 넓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귀띔한다. 대다수 작가들은 정기적인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작업의 현주소를 알리거나 다음 작품 방향을 모색할 때 영감을 얻기도 한다. 최근에는 컬렉터(collector)들 마음의 문을 열어보려는 크고 작은 이벤트로 간극을 좁힐 기회를 찾는 시도들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그동안 나만의 비밀이라며 감추던 작가만의 기법을 워크숍을 통해 과감히 공개하며 작가이미지 어필을 강화시키는 활동이 그중 하나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초대 전시나 워크숍이 성사되는 새로운 작가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어느 장르보다 퍼포먼스가 강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도예워크숍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발전하길 바라고 기대하는 바이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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