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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93. 모

  집 앞에 커다란 호수가 생겼어요. 보름달이 뜬 오늘 밤엔 더욱 운치가 있네요. 호숫가를 걷고 있는데, 보름달이 자꾸 따라와요. 한때 저 이를 흠모한 적이 있었지요. 어쩜 그렇게 신비로운지,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원했어요. 저 흰 뺨에 얼굴을 대보고 품에 안아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한없이 멀리 있어 붙잡을 수 없으니, 애만 태울 수밖에요. 웃기지요?. 맞아요, 허황된 꿈이었어요.

  막 모를 심어 놓은 논마다 물을 잡아 두어, 호수가 된 거예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 초저녁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었어요. 해는 아직 발간 얼굴이었지만, 달은 희미했어요. 진짜 같지 않아서 허깨비를 본 듯한 기분이었지요. 그러나 곧 해는 지고 둥근 달은 떠올라서 부드럽고 아련한 빛을 내요. 온화한 저 빛은 달 표면이 햇빛을 반사해 생긴 것이지만요.

  햇빛은 생명 유지에 필수지만, 생명을 죽이는 가장 강력한 독이기도 해요. 몸 안의 물 분자 회전력을 흥분시키므로 체온이 과하게 오르며, 몸 안의 성분들과 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유해 물질이 생성되는 것이죠. 더구나 체온을 조절하려고 세포가 물을 쥐어짜게 되니 탈수가 일어나 쓰러지고 말아요. 그러니 직접 쪼이는 것보다는 다른 물질을 한번 반사한 빛이 건강에 좋답니다. 보름달 뜬 날에는 밖에서 자는 것도 몸에 이롭다지요. 순환이 원활해져 해독 효과가 증가한대요. 엊그제 인터넷에서 본 달빛치료에 대한 기사가 생각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인근의 소노란사막엔 밤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대요. 특히 우울증, 암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행렬이 이어지는데요.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리처드 채핀이 설치한 높이 15m의 '달빛 반사경'이 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달빛 속에 몸을 담그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이래요. 달빛이 인간의 면역력을 강화하여 병을 이겨낼 힘을 부여한다고 믿는 그는, 지난 2005년, 췌장암에 걸린 대학 동창의 치료를 돕기 위해 거대한 달빛 수집 장치를 만들었답니다. 사재 200만달러를 들여서요.

  반사경이 완성되기 전에 친구가 세상을 떠나, 원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현장을 방문했던 다른 환자들의 완쾌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각종 난치병 환자들이 즐겨 찾는 달빛병원이 됐답니다. 실제 현장에서 달빛치료를 받은 후 우울증이 사라지고 발진이 치료됐으며, 수십 년간 써왔던 안경을 벗어 던졌다는 경험담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해요. 채핀은 "달빛은 태양광이 달 표면에 반사된 것에 불과하지만, 햇빛과는 전혀 다른 주파수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인간의 정신과 면역력, 생리작용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그런 달빛을 받으며 논둑길을 걷습니다. 무논에 잠긴 어린 모들은 곧 땅심을 받고 짱짱해지겠지요. 땡볕과 비바람을 견디며 자랄 테고요. 금세 벼가 여물어 고개를 숙이면, 아니 벌써, 놀래고요. 그래서 추수한 논은 텅텅 비어버리고 겨울이 오지요. 일생이 지나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의 일이어요.

  어라, 물이 괴어있는 논 속에 달이 들어가 있어요. 몇 번이나 핸드폰을 가지고 달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빛이 번져서 담아지지 않았지요. 특수 카메라를 써야 가능하다지요. 그런데 지금 물속의 달은 오롯이 화면에 담겨요. 흐트러지지 않고 동그랗게 찍혀요. 하늘에 있는 것만 잡으려고 헛손질을 해왔구나 싶네요. 저 논처럼 가슴을 채우면 되는데요. 아무 소용없는 욕심에 애태우지 말고, 굳이 내 것으로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반사하면 되는데요.

  눈 깜짝할 새 끝나는 인생을 허송세월했나 봐요. 논 속에 있는 달을 향해 손을 넣으니, 달이 전율하며 응답해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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